[8·25 南北합의 이후] '안보 투톱'의 對北 협상과 대응

- 김관진 안보실장
靑수석들이 "수고했다"하자 "모든 것은 대통령이 한 것"

 
 
지난 22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시작될 때 정부 일각에선 '남북 협상 경험이 전무한 김관진〈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나왔다. 맞상대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군복만 입었지 뿌리는 노동당에 있는 '정치인' 출신이다. 협상 과정에서 황병서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협상 타결 이후 그런 우려는 기우(杞憂)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실장은 CC(폐쇄회로)TV가 없는 곳에서 황병서를 상대하면서도 모든 면에서 밀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평소 스타일처럼 차분하면서도 치밀하게 대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에 걸쳐 3년6개월 동안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내부 회의나 간담회 석상에서 언성을 높여 질책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안보 라인 관계자는 "김 실장은 감정을 잘 조절하는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라며 "이번에도 필요한 경우에만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지뢰와 포격 도발에 대해 '오리발'을 내밀자 "내가 전군(全軍)을 지휘했던 사람"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했다. 왜 북한 도발이 맞는지를 조목조목 짚어서 반박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고위급 접촉이 시작된 22일 밤부터 '회담 결과 브리핑은 김 실장이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정했다.

현 정부 들어 남북 협상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통일부가 맡아서 한 것과 달라진 조치였다. 그동안 '커튼' 뒤에 있었던 국가안보실장이 언론 앞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고위급 접촉의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이고, 국가안보실장이 책임지고 협상을 해 나간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25일 새벽 2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청와대 춘추관으로 직행해 6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하면서도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짤막하게만 답변했다. 그날 밤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건네는 다른 수석비서관들에게 "모든 것은 대통령이 한 것이다. 다 대통령 덕분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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