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고위급 협상 타결]

- "실질적인 사과다"
도발 부인해왔던 北이 주어가 된 첫 유감 표명…
천안함·연평도 포격 땐 北의 유감 표명 없어

- "지나친 양보를 했다"
'사과'와 '재발방지' 문구, 문서상에는 명시 없어
도발 주체도 불분명… 포격 사건은 언급 못해

이번 남북 고위급 합의에 지뢰 도발에 대한 북의 사과와 재발 방지 문제가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놓고 평가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남북이 25일 공개한 남북 공동 보도문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는 내용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지뢰 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냈다"고 했다.
 
웃음 되찾은 연천 주민들 - 25일 오전 남북 고위급 접촉이 나흘 만에 극적 타결되자 경기 연천군의 한 민방공 대피소에 머무르던 주민들이 짐을 싸 대피소를 나오고 있다. /이진한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웃음 되찾은 연천 주민들 - 25일 오전 남북 고위급 접촉이 나흘 만에 극적 타결되자 경기 연천군의 한 민방공 대피소에 머무르던 주민들이 짐을 싸 대피소를 나오고 있다. /이진한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그러나 문서상에는 '사과'나 '재발 방지' 같은 문구가 없기 때문에 '확실한 사과'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도발 주체와 유감 표명의 주체가 불분명하다. 사과로 보기에 미흡하다"고 했다.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와 달리 '유감(regret)'이란 표현은 주체와 책임성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뢰 '도발'이 아닌 '폭발'이란 표현도 우발적 사고로 곡해될 수 있다. 북의 포격 도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도발 문제가 합의문 1항이 아닌 2항으로 밀린 것도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왜 남측 지역, 남측 군인의 부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겠느냐. 실질적으로 사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까지 우리 '자작극'으로 몰며 지뢰 도발을 부인했다는 점에서 '북측'이 주어가 된 유감 표명은 '실질적 사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현재의 남북 관계를 고려한다면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은 남북이 절충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북측'을 주어로 해서 대한민국 정부에 확실하게 유감을 표명한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북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는 "특대형 모략극"이라며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고, 연평도 포격 때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유감이 아닐 수 없지만, 그 책임은 군사시설에 민간인 인간 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처사에 있다"고 주장했었다.

 
 

'재발 방지' 부분도 논란이다. 정부는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는 보도문 3항이 재발 방지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용표 장관은 "북한이 지뢰나 포격 도발을 다시 한다면 그에 따른 응징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문서상의 '재발 방지'보다 억지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김관진 실장이 '북한이 지뢰 도발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합의문과 다른 발표를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가들 평가도 나뉘고 있다. 이화여대 조동호 교수는 "'사과'나 '재발 방지' 같은 문구를 포함시키려 했다면 회담은 결렬되고 사태는 악화됐을 것"이라고 했고,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큰 틀에서는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동열 원장은 "대외적 여건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정부가 지나친 양보를 했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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