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평양과학기술대학 교수… 미국의 박찬모·웨슬리·스티븐]

영어 교육과 유학 보내기에 중점, 지식인층부터 '자유의 맛' 느껴야
해킹·무기 기술 전수 걱정은 기우

"북한 젊은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유학 보내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해외에서 교육받으면 예전과 같을 수 없어요. 북한 학생에게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무어냐'고 물으면 '인터넷'이라고 답합니다. 인터넷은 정보이고, 정보는 곧 자유를 의미합니다. '자유의 맛'을 보게 되면 자유 없이 살기는 어려워집니다."(브루어 웨슬리)

"과학 외교를 통해 북한을 포용하고 열어가야 합니다. 적잖은 사람의 우려와 달리, 우리는 '해킹 전사'를 양성하지 않습니다. 북한 젊은이들을 글로벌화시켜서 '세계의 좋은 이웃'이 되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박찬모)

북한 엘리트 젊은이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평양과학기술대 교수진이 한국에 왔다. 재미교포인 박찬모(80) 명예총장, 미국인인 브루어 웨슬리(44) 전자컴퓨터공학대학장과 에인젠바스 스티븐(68) 전자컴퓨터공학대 교수다. 이들은 한국정책재단(이사장 임태희) 주최로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따로 만나 북한과 평양과기대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 온 평양과학기술대 교수들. 이들은 23~24일 이틀간 중국을 거쳐 서울에 왔다. 왼쪽부터 브루어 웨슬리 전자컴퓨터공학대학장, 박찬모 명예총장, 에인젠바스 스티븐 전자컴퓨터공학대 교수. /이태경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한국에 온 평양과학기술대 교수들. 이들은 23~24일 이틀간 중국을 거쳐 서울에 왔다. 왼쪽부터 브루어 웨슬리 전자컴퓨터공학대학장, 박찬모 명예총장, 에인젠바스 스티븐 전자컴퓨터공학대 교수. /이태경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평양과기대는 남·북이 공동으로 세운 대학이다. 우리 민간단체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 2009년 남북 당국 허가를 받아 평양 시내 100만㎡ 부지에 지었다. 컴퓨터전자공학, 국제금융경영, 농업생명과학 분야에서 북한 고위층 자녀 500여명이 재학 중이다. 수업은 미국·영국·캐나다 등 10여개국의 외국인 교수 40여명이 영어로 가르친다.

포스텍 총장을 지낸 박찬모 명예총장은 한 해 6개월을 평양에서 지낸다. 그는 "냉전시대에도 미·소는 우주정거장 기술에서 협력했다"며 "정치색이 거의 없는 과학기술부터 협력해 장벽을 허물어가며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인젠바스 스티븐 교수는 "고전적 외교 관계에선 북한과 교류하기 어렵지만, 백두산 지진 같은 과학 분야에선 협력이 늘어가고 있다"고 했다.

박 총장은 "평양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서구권 유학생이 늘어나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와 웨스트민스터, 스웨덴 웁슬라대 등으로 간 학생이 여럿이고, 내년까지 16명이 더 독일·이탈리아 등 EU지역 대학에 입학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외부 교류를 통해 북한 젊은이들 인식의 변화를 느낀다"며 "이들에게 북한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브루어 학장은 "고급 과학기술 전수가 북한의 무기 개발에 악용될 우려는 없느냐"는 질문에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은 무기 개발로 이어질 기술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90페이지에 달하는 통제목록을 만들어 엄격히 관리한다"며 "우리도 이를 준수하며 북한 정권 유지를 위한 무기 기술은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에 해킹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일은 아닙니다. 과학기술은 경제 발전을 통해 통일로 가는 길을 앞당긴다고 봅니다." 그는 "거리에 '미군을 때려잡자'는 포스터가 걸린 평양에서 학생들을 처음 가르칠 땐 다들 표정이 딱딱했지만 지금은 모두 웃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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