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 지뢰 제거·피해자 돕기 18년… '평화나눔회' 이사장 조재국 교수]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 이끌어… 연세대 사회봉사 개인 대상 수상
친구·제자 100명 후원금으로 운영

"대인(對人) 지뢰를 더는 쓰지 말자는 국제사회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번에 저지른 지뢰 공격은 천인공노할 짓입니다. 이번을 계기로 지뢰 사용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18년간 지뢰 피해자 지원과 지뢰 제거 활동을 해온 조재국(58) 평화나눔회 이사장은 지뢰를 "가장 야만적인 무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무기는 지뢰밖에 없다"며 "161개국이 대인 지뢰 사용을 금지한 오타와 협약에 가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7년 체결된 오타와 협약에 아직 남북한과 미국·러시아·중국·이란 등 36개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우리는 북한과의 대치 상황 때문에, 미국도 비슷한 이유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
 

지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입법과 지뢰 제거 활동을 해온 조재국 평화나눔회 이사장이 사무실에서 피해자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지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입법과 지뢰 제거 활동을 해온 조재국 평화나눔회 이사장이 사무실에서 피해자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이자 교목(校牧)실장인 조 이사장은 그의 연구실을 평화나눔회 사무실로 쓰고 있다. 작은 방에서 평화나눔회 직원 둘과 함께 일한다. "교수 방에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까지 있으니 사실 불편하고 눈치도 보여요. 그래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어쩔 수 없죠." 평화나눔회는 100%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주로 조 이사장의 친구나 제자들이 매달 1만~5만원씩 십시일반 보내준다. 후원자는 총 100명 정도다.

평화나눔회가 추산하는 국내 민간인 지뢰 피해자는 1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제대로 보상받은 경우는 4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그는 "대부분 1950~70년대에 사고를 당했는데 당시엔 배상제도도 잘 몰랐고 혹시 모를 불이익 때문에 침묵했던 것"이라고 했다. "지뢰 피해자들은 삶의 희망을 빼앗긴 채 평생을 탄식 속에서 살고 있어요. 그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나섰는데 벌써 20년이 다 돼 가네요."

북한이 도발을 일삼는 현실을 외면한 채 무작정 지뢰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매설된 100만개 가운데 군사적 필요가 사라진 80%를 제거하자는 것. "서울 우면산과 부산 중리산을 비롯해 후방 지역 36곳에 지뢰가 있어요. 6·25전쟁 당시 우리가 방어용으로 매설했거나 미군이 군사 시설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뒤 제거하지 않은 것이죠. 다 없애려면 489년이나 걸린다는군요. 하루빨리, 그리고 적극 나서야지요."

그는 지난해 그토록 염원해온 '지뢰 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평화나눔회가 14년이나 공들인 역점 사업이었다. 조 이사장은 이런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 5월 연세대 창립 130주년 기념식에서 '사회봉사상 개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은 후원자들이 낸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쌀과 생활비 조금 지원해온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별법 시행 넉 달 만에 200여명이 위로금을 신청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또 생겼다. 위로금 산정 방식에서 비롯된 문제다. 그는 "2012년에 사고당한 사람은 2억원을 받지만 1954년의 피해자는 5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면서 "그간 그들이 겪은 고통까지 감안하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니 입법 취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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