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한 토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미국의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정체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협상의 재개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엿보이고 있다.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4일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모든 제의를 협상 탁자에 올려 놓고 있다'고 말하고 '여러 방법으로 북한과의 접촉을 계속하고 있으며 어제(13일)도 잭 프리처드 대북 협상 특사가 뉴욕에서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 회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프리처드 회동이 '유익한 만남(useful meeting)'이었다고 강조하고 '양측은 종종 토의를 계속 갖기로 약속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번 회담도 대화는 많이 이뤄지지 않는 등 과거 접촉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으며 우리의 대북 대화 제의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해 별다른 회담 성과는 없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그러나 북미 대화의 실무 책임자인 두 사람이 지난해 11월 하순 박 대사의 부임 이후 처음으로 올 1월10일 상견례를 가진 데 이어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형태로든 양측이 토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한 것은 그런대로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켈리 차관보는 '평양이 내보내는 성명들 가운데 일부는 꽤 강경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북한의 의도는) 쉽게 해석되지 않고 있으며 그들이 의미하는 내용을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이 표면적인 강성 기류와 달리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기대도 품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션 매코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기본합의를 계속 준수할 방침이며 북한도 준수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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