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과 지뢰 도발이 재확인한 청년층 安保觀
연평도 포격 등 동영상이 비주얼 세대 변화시킨 것
전교조가 심은 북한 幻想… 김정은이 깬 황당한 逆說

박정훈 부국장·디지털뉴스본부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박정훈 부국장·디지털뉴스본부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영화 '연평해전'의 흥행 돌풍을 20대 청년층이 주도한 것은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관람객 600여만명의 절반이 20대였고, 제작비 조달을 위한 인터넷 모금엔 20~30대 비율이 80%에 달했다.

20대 청년들은 SNS를 통해 영화 소식을 퍼 나르며 소문을 퍼트렸다. 극장에는 데이트하러 온 젊은 커플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영화 사이트마다 "잊어서 미안하다"는 관람평을 수천·수만 개씩 남겼다. '예비군 교육용'이라 빈정대던 이른바 평론가들이 머쓱해져 입을 다물어 버릴 정도였다.

우리는 젊은 세대의 빈약한 안보관을 걱정해왔다. 6·25가 남침(南侵)인지 북침인지도 모르고, 주적(主敵)이 어딘지조차 헷갈려한다며 혀를 찼다. 그렇게 무개념인 줄 알았던 청년들이 '연평해전'을 보고 눈물 흘리며 희생당한 군인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국가'와 '안보'의 가치를 깨닫게 했을까.

같은 현상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도 반복됐다. 이 사건을 다룬 페이스북의 조선일보 기사엔 무려 20만개의 '좋아요'(공감)와 5800여개의 댓글이 붙었다. 댓글에 달린 프로필 사진을 보면 대부분 앳된 모습의 청년들이다. 자신을 22세라고 밝힌 '구은영'씨의 댓글을 인용해본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또 자랑스럽습니다. 글 읽는 내내 눈물이 나네요. 제 남자친구도 지금 현역병이고,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무사히 지내고 있는 거겠죠."

청년들은 또한 북한 군부와 김정은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켰다. 김정은을 '개XX' 등으로 욕하며 강력한 보복과 응징을 주장했다. "또 조작이라고 주장해봐라"며 종북(從北) 진영을 겨냥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영화를 전공한다는 여대생 '예지'씨의 댓글이 20대의 심정을 압축해주는 듯했다. "당연히 똑같이 더 두 배로 응징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되면 전쟁이 일어날까 무서운 내 이기심이 참 싫다." 전쟁의 두려움을 '이기심'으로 표현하며 미안해하는 대목에서 더욱 진심이 느껴진다.

젊은 층이 갑자기 반공(反共)주의자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애국심·국가관 같은 거창한 개념보다 감성적인 세대 공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같은 나이대 군인들이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분노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20대의 변화는 의미심장한 일이다. 김정은의 '남한 흔들기'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먹혀들기는커녕 도리어 청년들을 '안티 김정은'으로 만드는 효과를 내고 있다.

과거 젊은 세대는 북한에 대해 무관심했고 심지어 무지(無知)했다. 이들이 달라진 것은 2010년부터인 것 같다. 이해 3월에 천안함 폭침, 11월에 연평도 피격 사건이 터졌다. 자기 또래 장병들이 희생되자 청년들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눈을 뜨게 됐다. 북한이 적(敵)이란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한 것이다.

천안함 때만 해도 이들의 태도는 반신반의하는 쪽에 가까웠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란 정부 발표를 의심한다는 20대가 적지 않았다. 천안함 괴담을 확산시킨 주역도 이 세대였다.

그러나 그 8개월 뒤 터진 연평도 사건이 청년들의 안보관(觀)을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청년들은 북한의 도발에 왜 우리는 당하기만 하느냐는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북한의 장사포 공격을 받은 해병대의 수색 병과(兵科) 지원자가 도리어 늘어나는 현상도 벌어졌다.

그 차이는 '동영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밤중 바다 한복판에서 당한 천안함 때는 북한 소행임을 입증하는 시각 증거가 없었다. 반면 연평도 피격은 생생한 동영상이 현장 상황을 전해 주었다. 날아오는 포탄에 불기둥이 솟고 연평도가 검은 포연으로 뒤덮이는 장면이 TV로 중계됐다.

지뢰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치명적 실수는 지뢰 폭발 순간이 카메라에 찍혔다는 점이다. 1차 폭발은 놓쳤지만 2차 폭발은 인근 관측소의 TOD(열상감시장비)가 또렷한 영상으로 잡아냈다. 20대는 텍스트(문서)보다 비주얼 정보에 민감한 세대다. 그들에게 도발 현장의 동영상보다 더 확실한 '안보 교육' 자료는 없다.

청년들이 북한의 위협과 안보에 무관심했던 것은 그들 탓만은 아니다. 그것은 학교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며 안보 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 10년 동안 초·중·고교에 다닌 것이 지금의 20대다. 지금도 일부 전교조 교사가 '환상 속의 북한'만 가르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청년들에게 북한이 확실하게 '시청각 교육'을 시켜주고 있다. 이번엔 DMZ 포격 도발이다. 북한으로선 겁주려 하는 짓일 터이나, 그럴수록 청년들의 '반(反)김정은' 적개심과 안보의식은 강렬해질 뿐이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을 김정은이 대신 해주니 이런 역설이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