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실장이 보이질 않는다”

기자가 최근 만난 새누리당의 한 중진(3선)은 북한의 ‘지뢰도발’ 국면에서 청와대 김관진 안보실장이 보인 행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실장은 2010년 국방장관 취임 직후부터 공개석상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용서하지 않고 원점 타격”, “지휘세력까지 격멸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은 최근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경기 파주 DMZ(비무장지대)에 목함지뢰를 매설했고 지난 4일 우리 장병 2명이 지뢰를 밟아 다리가 절단됐다. 그러나 우리 군은 도발을 해온 북한군에 대해 ‘즉각 반격’ ‘원점 타격’ 등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지난 5일 오전 국방부는 육군 1군단으로부터 “폭발물이 북한 목함지뢰일 가능성이 크다”는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국방부는 이를 그날 오후 청와대 안보실에 보고했다.

청와대 김관진 안보실장 /뉴시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청와대 김관진 안보실장 /뉴시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는 사흘 뒤인 8일에야 열렸다. 여권 관계자는 “보고를 받은 김 실장이 합참과 유엔사령부 공동조사로 ‘지뢰 폭발은 북한의 소행’이란 결론을 얻기까지 NSC 회의 소집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확전 가능성 등 대북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신중한 대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김 실장이 그동안 북한 도발에 대해 밝혔던 발언들을 감안하면, ‘어색한 조치’라는 평가도 있다. 안보당국 수장 회의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관장하고 있는 김관진 실장이 왜 지금까지 한 말과 다른 대응을 했는지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김관진의 침묵’이라고도 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과 정부는 이번 지뢰도발 이후에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연이어 밝히고 있다”며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강온 전략을 밝힌 상황에서 김 실장이 자신의 생각대로만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국내 안보를 총괄하는 김 실장이 북한의 지뢰도발 보고를 받은 후에도 통일부가 북한에 대화 제의를 계속하도록 놔둔 것은 분명한 실책”이라며 “이번 사태 때 정부가 보인 무능과 혼선의 상당 부분은 김 실장 책임”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5년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부터 3년 6개월간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장관 취임 일성으로 “북한이 또 다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온다면,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으로 그들이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일선 부대를 시찰하면서는 “도발 즉시 선조치 후보고하라. 곧바로 원점 응징, 지원세력 타격, 지휘세력까지 타격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지시했다. 국회에 출석해서도 “도발 원점지역을 완전히 격멸하겠다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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