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1일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에 대해 북한의 사죄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전날만 해도 정부 차원에서 이번 도발을 북 소행으로 규정하면서도 청와대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국제사회의 압박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도발이 명백한 정전(停戰)협정 위반이라며 전날 유엔사(司)가 요구한 장성급 회담에 북이 응할 것을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영국 외무부 장관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유엔사와 국제사회가 북에 장성급 회담을 요구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에 따른 국제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북이 정상적 상대라면 이런 국제 공조 조치에 중점을 두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북이 여기에 응해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북 정권은 그동안 수없는 도발을 저질러놓고도 한 번도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는 집단이다. 이번에도 11일까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적당히 넘어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이런 북을 상대로 장성급 회담에 응하라고 촉구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것은 인명(人命)을 노린 전쟁 범죄 행위라는 점이다. 북은 이번에 우리 사병들이 다니는 길목을 정확히 노려 지뢰를 매설했고, 우리 부사관 2명이 다리를 절단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정전협정 위반' 같은 추상적·법률적 영역에만 가둘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군은 피해 당사자로서 다각도 응징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어제 비무장지대 내에 북한군이 발도 들여놓을 수 없도록 비무장지대 작전 개념을 공세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두 지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데 이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 경고 방송이나 경고 사격 없이 바로 조준 사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병사들을 보호하고 북 도발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 이상 어떤 조치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탈출한 군인이나 관리들에 따르면 북 정권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같은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단 살포를 중단했다. 2004년에는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남북 군사 대치에 따른 긴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뜻이었다. 그러나 북은 우리 측의 이런 선의(善意)를 끊임없는 군사 도발로 갚아왔다.

정부는 이번에 북에 대한 다양한 응징 조치의 조합(組合) 속에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을 언제라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해둬야 한다. 국제적 공조와 북의 대응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냉정하면서도 정확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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