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10일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2명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힌 폭발물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해 우리 측 지역에 몰래 묻어놓은 목함(木函·나무 상자) 지뢰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현장에서 수거한 철제 용수철 등 잔해물 43점이 북한제 목함 지뢰 부품과 일치했다"며 "사고 지역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아 북측 지역 지뢰가 빗물 등에 휩쓸려 우리 쪽으로 흘러왔을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뉴질랜드·콜롬비아 등 유엔군사령부도 공동 조사를 벌여 같은 결론을 내렸다.

북한은 이번에 군사분계선 남쪽 우리 측 지역을 440m나 넘어 들어와 지뢰를 묻어놓았다. 이 또 한 번의 남침 공격으로 우리 군의 21세, 23세 청년이 각각 두 다리와 한쪽 다리를 잃었다. 북한은 5년 전 심야에 몰래 잠수정을 서해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내려보내 물 밑 공격으로 천안함을 폭침(爆沈)했던 수법을 이번에 땅 밑에서 똑같이 써먹었다.

북은 우리 국민을 살상해 대한민국을 흔들 방법만 연구하고 있다. 이번이 처음도 끝도 아니다.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떨고 있는 북한 군부가 충성 경쟁을 벌이며 이번 도발을 감행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마치 제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갖고 놀 수 있는 것은 북 집단의 폭력적 본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북이 도발에 따르는 심각한 역풍을 경험하지 못했고 그에 따른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합참은 이날 대북 성명을 통해 "북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첫 조치로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개시했다. 확성기 방송은 전단 살포와 함께 북한이 가장 심하게 반발해 온 대북 심리전 수단이다. 정부와 군은 그동안 "북이 도발하면 도발 원점과 지원 지휘 세력을 타격하겠다"고만 하고 제대로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확성기 방송도 천안함 비극 이후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들어 있었지만 여태껏 보류된 상태였다. 군은 이외에 북의 취약점을 골라 효율적으로 추가 응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끌어내야 한다. 북은 우리 측 확성기 방송에 대해 조준 타격을 공언해왔다. 군은 북이 연평도 포격 때처럼 우리 영토를 다시 공격할 것이란 전제 아래 대응 전력을 배치하고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2013년 10월 취임한 뒤 여러 차례 "북한의 다음 도발은 휴전선 부근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북한군은 지난 5월부터 군사분계선 모든 전선(戰線)에서 수시로 5~20명씩 떼 지어 다니며 수상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군은 올해 들어 북한이 DMZ에서 지뢰를 묻고 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서도 북이 군사분계선을 수백m나 넘어와 지뢰를 묻고 가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DMZ 남방한계선을 넘어 북쪽의 군사분계선까지 대략 2㎞ 폭의 구간은 우리 초소가 섬처럼 드문드문 있을 뿐으로 완벽한 감시·정찰이 힘든 지역인 것은 사실이다. 여름에 녹음이 우거지고 안개까지 끼면 시야는 더 제한된다. 이번에 북이 지뢰를 묻은 곳도 우리 초소에서 700여m 떨어진 지역이다. 그러나 북은 바로 이런 곳을 노리고 도발한다. 군은 북에 교훈을 줄 대응 조처를 해나가면서 방어적 측면에서도 획기적 감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피해야 하고 남북 대화는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북은 앞에선 광복 70년 남북 공동 행사 준비를 말하면서 뒤로는 우리 국민을 죽일 지뢰를 묻고 있었다. 북 체제의 이런 본질이 달라지기 전까지는 우리 국민도 결연한 마음가짐과 인내심으로 북의 악행에 맞서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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