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 건설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수도권 마구잡이 개발 논란으로 택지지구 지정이 중단된데다 아파트 공급원(원)이던 준농림지가 규제 또는 폐지 위기에 처하자 신도시 건설을 통한 주택공급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지난 95년 분당·일산·산본 등 5개 신도시 건설이 최종 완공된 이후 5년여 만에 다시 등장한 셈이다. 수주물량 격감으로 고사(고사)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 역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신도시 건설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의 하나로 신도시 건설을 금지시켜온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주택공급·경기활성화·난개발 방지 효과=신도시 건설은 난(난)개발 방지와 주택공급 확대, 건설경기 활성화 등 일석삼조(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건설업계는 주장한다. 정부가 소규모 택지개발(미니 신도시)에만 치중한 결과, 계획개발 대신 무분별한 난개발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있다. 건국대 손재영 교수는 “미니 신도시가 도로·교통 등 기반시설 미비로 교통난과 난개발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신도시 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2~3년내에 전세대란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신도시 불가피론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주)코리츠 김우진 대표는 “주택공급량이 연간 60만 가구에서 최근 30만~40만 가구로 줄어든데다, 올 들어 준농림지마저 규제돼 2~3년내에 전세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업체의 공사물량 확보를 위해서도 신도시 건설은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택건설사업협회 윤학노 부회장은 “준농림지 규제로 살 길이 막힌 주택업체들의 대량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과 같은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신도시 부작용 우려=건설교통부는 공식적으로는 ‘신도시 불가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윤기 건교부 장관은 수차례 직접 나서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신도시 건설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정부의 입장을 확인했다.

정부가 신도시에 난색을 표시하는 이유는 1989년부터 추진됐던 분당·일산·산본 등 5개 신도시 건설의 후유증 때문. 대단위 택지수용에 따른 민원이 급증하고, 대규모 건설로 인한 자재난과 노임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 신도시가 수도권 인구 집중을 가속화해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론도 걸림돌이다. 물론 정부의 논리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국토연구원 신종철 연구위원은 최근 논문을 통해 “5개 신도시 입주자의 98.7%가 서울과 수도권 이주자”라며 “신도시는 지방인구 유입보다는 서울인구 분산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김포·파주 등 신도시 후보로 거론돼=건설업계는 정부의 반대의사 표명에도 불구, 내심 신도시 건설론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업계와 학계가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는 곳은 서울 반경 25~40km내의 파주·화성·남양주·김포·곤지암 등이다. 최근 남북간 경제협력 분위기를 타고 파주 등 경기 북부지역이 적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파주의 경우, 최근 북한과의 경제협력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자 요즘 땅투기꾼들이 몰려들어 이로 인한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차학봉기자 hbcha@chosun.com

신도시 추진론과 불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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