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서 제안...정부 현지 조사
러 진출 한국 기업이 북한 노동력 사용 방안도 검토


남북한이 러시아에서 농축산 공동 생산을 추진한다.

30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남한∙북한∙러시아가 공동으로 농축산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가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에선 남∙북∙러가 농축산물을 합작 생산하고 가공 수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박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축산물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60여㎞ 정도 떨어진 연해주 미하일로프카에서 생산한다. 이곳은 조만간 농업선도발전구역으로 지정될 지역이다. 러시아가 2만5000헥타르(2억5000만㎡) 정도의 토지를 제공하고 한국과 북한이 생산을 맡는다.

한국은 대북 관련 정책 자금인 남북협력기금 등 예산으로 운영 비용을 충당할 예정이다. 북한은 제3국 차관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5월부터 북∙러 최고위급 회담 등에서 카타르∙예멘 등 제3국 차관을 통한 연해주 농업 투자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EBRD(유럽부흥개발은행)를 거친 자금 투입도 검토 대상이다.

이렇게 미하일로프카에서 공동 생산된 농축산물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32㎞ 떨어진 나제진스키로 운반돼 가공된다. 이곳은 총 244만평(810만㎡) 부지가 농업∙물류 선도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러시아는 30여개 입주 예상 업체 중 한국 기업이 6~7개 들어오길 바라는 상태다.

이미 러시아엔 한국 기업들이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북∙중∙러 접경지역인 하산에서 유니베라가 대규모 콩 농장을 운영 중이고, 우수리스크의 현대농장은 최근 사일로(대형 곡식 저장고) 6동을 건설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한국 기업 관계자는 “이곳 농축산품에 투자한다면 한국의 식량 자급률 향상과 유라시아 협력 경색 돌파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가 연해주에서 생산한 콩을 옮겨 싣는 모습./조선일보DB.
한국 업체가 연해주에서 생산한 콩을 옮겨 싣는 모습./조선일보DB.

외교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지 조사 등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농축산 공동 생산 인프라 구축에 2800만달러(약 3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걸로 보인다”며 “철도 1.5㎞ 정도 까는 돈으로 남∙북∙러 경제협력을 추진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나서기 부담스럽다면 경상북도나 강원도 등 지방정부 차원에서 연해주, 북한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남∙북∙러 농축산업 협력은 정부 안에서도 논의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월 서울에서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고 등이 참여하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Great Tumen Initiative)’ 총회에서 기획재정부는 농업과 전력 협력을 주요 안건에 부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농업은 북한도 큰 부담 없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북한 노동자 고용 완화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기업들이 북한 노동력을 쉽게 쓸 수 있게 해 경협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2010년 천안함 폭침 후 발동된 5∙24 경제 제재조치로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북한 노동력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실정이다. 게다가 연해주 임금은 인근 중국 훈춘에 비해 두배반이나 높아 한국 기업들로선 값싼 북한 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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