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한 접경지역 경비대원들이 비밀통로를 만든 뒤 돈을 받고 탈북을 시키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두만강을 통해 중국으로 나온 한 30대 북한 여성은 24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에 "국경경비대가 자기 관할 구역에 비밀통로들을 따로 만들어 놓고 있다"며 "탈북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경비대에 의탁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잠복근무에 동원되는 군인들은 탈북자들을 자기들만이 아는 비밀통로로 안내하고 있고 그러면 중국에 대기하고 있던 브로커들이 넘겨받아 내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 10대 소년을 탈북시켰다는 탈북 중개인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도강 비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화 1만 달러를 웃돌고 있다"며 "그래서 돈 없는 사람들은 탈북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한국에 먼저 정착한 탈북자들이 자금을 마련해 가족들을 구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탈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접경지역 경비대를 상대로 한 북한당국의 단속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날 "국경경비대 지휘관이 북한 내부의 영상을 찍어 중국에 팔아넘기려던 사건이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 있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며 "이 사건이 중앙에 보고되면서 국경경비가 한층 강화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고 보도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국경경비대 사건은 7월2일 혜산시 성후동 야외 물놀이장 주변에 있는 압록강의 자갈섬에서 발생했다"며 "범인들은 국경경비사령부 직속 기동여단에 의해 적발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사건을 보고받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해당 지휘관은 재판도 없이 가족들과 함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고 실제 내막도 모르고 사건에 휘말렸던 병사는 동지재판을 받은 후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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