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5명이 14일 오전부터 주중(駐中) 스페인 대사관에서 '난민 인정'과 '한국행'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국내 정당과 각종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거나 입장을 발표하고 '탈북자들의 자유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면서 한목소리를 냈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한나라당, 자민련 등은 이날 대변인 등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사회당도 성명을 내고 '우리 당은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한국으로 송환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단체를 비롯한 각종 관련 단체들의 입장 표명도 잇따랐다.

탈북자동회회(회장 홍순경)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우선 고려해야 하며 이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만일 한국행을 원하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과 남한 대학생 등 남북 청년들의 화합을 지향하는 `백두한라회'의 김성민 회장도 '무조건 다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 입장도 입국을 원하는 사람은 모두 받아들인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 관계자들은 또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농성자들이 하루 빨리 입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궐기 모임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운영위원장 한기홍)도 성명을 내고 '지난해 장길수군 가족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진입.농성에 이은 이번 스페인 대사관 진입 사건은 이제 막다른 길에 다다른 북한 주민들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들'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CHNKR.본부장 김상철)는 '스페인 정부는 중국 정부의 정식 난민심사와 임시적 보호에 관한 보장없이 탈북자들을 중국 정부에 인도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權正達)도 성명에서 중국 정부와 스페인 정부는 탈북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여 인도주의 정신과 난민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한국 망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처리해 줄 것을 촉구했다.

대한적십자사(총재 서영훈.徐英勳)는 '한적은 탈북자들의 자유 의사가 존중되길 바라며 이들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지 않도록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적은 그동안 UNHCR 등에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탈북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거나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벌인 적은 있었지만 언론에 탈북자 문제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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