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부터 중국 오가며 북한의 선교 모색해와
"궤짝에 주보 간직한 분도 있어… 北 교인들, 잊지 말고 도와야"

"북한에 여전히 '그루터기 신앙인'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최근 '오래된 소원'(홍성사)이란 소설을 펴낸 강석진(61) 선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중국을 오가며 북한 선교를 모색해온 선교사.

소설의 주인공은 그가 2003년 만난 정현숙(가명) 할머니. 북·중 접경 도시에서 만난 할머니는 고령에도 지성미를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들어본 그의 삶은 기구함 그 자체. 평북 선천에서 크리스천으로 자란 할머니는 개성 호수돈여학교와 일본 유학을 거쳐 이화여전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신여성. 그러나 결혼 후 북한이 공산화되고 1946년 남편이 월남한 후 두 아들을 키우며 온갖 고난을 겪었다. 개신교 신자였다는 이유로 반동분자로 몰려 수용소에 갇히기도 했다. 훗날 고당 조만식 선생과 결혼한 전선애 여사를 호수돈여학교 시절 학생과 사감의 관계로 만나 조만식 선생으로부터 만년필을 선물받은 일화도 있었다. 강 선교사는 할머니에게 살아온 일생을 정리해줄 것을 부탁했고, 대학노트 23장으로 정리된 내용은 350쪽 소설로 재탄생했다.
 
실화소설 ‘오래된 소원’을 펴낸 강석진 전도사는 “북한 땅에 아직 남아 있는 지하 신자들은 통일 후 교회 재건에 큰 힘이 될 ‘그루터기 신자’들”이라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실화소설 ‘오래된 소원’을 펴낸 강석진 전도사는 “북한 땅에 아직 남아 있는 지하 신자들은 통일 후 교회 재건에 큰 힘이 될 ‘그루터기 신자’들”이라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소설에는 재미교포인 시누이가 북한을 찾아와 전해준 돈으로 꿈에도 그리던 피아노를 사서 찬송가를 쳐보는 장면, 그렇게 권해도 듣지 않던 남편이 월남해 하나님을 만나고 교회를 건축했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해하는 모습 등이 생생히 그려진다. 할머니는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합니다. 항상 하나님의 보호 속에 살아온 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내용은 책 뒷면에 할머니 육필로 실려 있다.

강 선교사는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북한 주민들 가운데는 할아버지, 아버지 때부터 신앙을 알음알음으로 전해받은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분단 전 교회에서 배운 찬송가를 기억하는 할아버지, 지금도 궤짝에 당시 주보를 간직한 이들이 있다는 것.

강 선교사는 2012년 중국에서 철수해 현재는 극동방송을 통해 주 1회 30분씩 북한 선교방송 '통일을 앞당겨 주옵소서'를 진행하고 있다. "교회도, 목회자도, 성경도 없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신앙을 간직한 지하교인들이 남아 있습니다. 통일이 되고 북한 교회를 재건할 때 무너진 제단을 다시 세울 분들이지요. 그들을 잊지 말고 도와야 합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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