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의료활동을 벌이다 쫓겨난 독일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Vollertsen)씨는 최근 1년여간의 열정적인 활동으로 북한인권과 관련된 국제 민간단체 분야에서 중심 인물로 급부상했다.

지난 주말 워싱턴을 떠나 도쿄(東京), 서울을 거쳐 12일 베이징에 들어간 그는 미국에 있는 한 지인(知人)에게 “14일 뭔가 큰 게 터질 것”이라고 탈북자들의 북경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집단 망명 사태를 귀띔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이번 사건에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는 미국에서 그동안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활발하게 알려왔다. 지난 1월 말 국제종교자유위원회에서 증언한 데 이어, 최근 3주 동안에는 백악관·의회·국무부·싱크탱크 등 미국의 조야(朝野) 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다. 그가 주장하는 요지는 북한 체제는 자율적인 변화가 불가능하며 탄압받는 주민들을 위한 외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엔 월스트리트 저널에 ‘카터 전(前) 대통령에 띄우는 메모’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악(惡)은 존재한다”면서 북한 체제를 통박했으며,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에도 등장했다. 그는 이르면 4월 중 열릴 예정인 미국 하원 주최의 북한청문회 준비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독일의 국제적 민간구호단체인 ‘캅 아나무어’ 소속 응급의사로 1999년 7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북한에서 활발한 의료활동을 벌였다. 1999년에는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자신의 허벅지 살을 이식하는 열성을 보여 북한당국으로부터 친선 메달까지 받았으며, 외국인들에게는 접근이 제한된 지역도 방문할 수 있는 ‘VIP 통행증’까지 받아 북한 여러 지역을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상과 당국의 비인권적 행태를 목격하게 됐고,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 방북 때 따라온 서방 기자들을 허가되지 않은 지역으로 안내하고 북한 정부를 비방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그해 12월 북한으로부터 추방됐다.

이후 폴러첸씨는 서울과 워싱턴·도쿄 등지를 오가며 당국과 언론을 상대로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참상과 당국의 처사를 알리는 등 본격적인 인권운동에 나섰다.
/ 金光仁기자 kki@chosun.com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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