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核)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 협상이 14일 최종 타결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에 독일을 포함시킨 주요 6개국과 이란 대표단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마지막 회의를 가진 뒤 모든 쟁점에서 합의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2002년 8월 이란 핵위기가 터진 지 13년 만이다.

6개국과 이란은 4월 초 잠정 합의안을 만든 데 이어 석 달 넘게 세부 협상을 계속해왔다. 이란 군사 시설 사찰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난항을 거듭하면서 협상 시한을 몇 차례 넘기기도 했다. 실패한 협상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이란이 군사 시설을 포함해 우라늄 농축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내년 초쯤 이란에 가해진 유엔과 미국의 모든 군사·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대(對)이란 무역과 투자에도 큰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이란은 그간 유엔과 미국으로부터 전방위 제재를 받으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여 왔다. 석유 매장량 세계 4위의 산유국이지만 제재 때문에 석유를 내다 팔 길이 막혔다.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16%에 이르는 등 경제는 계속 뒷걸음질했다. 이번 협상 타결은 이란이 핵 대신 경제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이런 선택이 가능했던 것은 2013년 8월 중도 실용주의를 내걸고 집권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 덕분이다. 로하니는 취임 다음 달부터 협상에 들어가 강경 군부 등의 반발을 뚫고 국제사회와 핵 협상을 이끌었다. 4월 잠정 합의 당시 테헤란 등 이란의 주요 도시에는 "고마워요 로하니(대통령)"를 외치는 시민들로 가득했고, 이번에도 환호와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간 북한과 핵·미사일 정보와 인적·물적 자원을 교류해 온 이란이 핵 포기를 결정하면서 이제 핵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제재를 받는 나라는 북한뿐이다. 북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비롯해 몇 차례 미국과 핵 합의를 해놓고도 몰래 핵 개발을 밀어붙였다. 지금도 핵도 갖고 경제도 일으키겠다는 시대착오적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에 집착하고 있다. 북이 이런 망상(妄想)에서 빨리 깨어나도록 하는 데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을 북핵 포기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전략적 구상을 다시 가다듬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미국은 이번에 이란과 북한의 도전으로 흔들리던 국제 비확산 체제를 다시 정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미국·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북핵 포기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재개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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