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해 우리 목숨 걸 것"

위험과 절망에 내몰린 우리 북한 난민 25명은 오늘 당신들 앞에 서 있다. 우리는 모두 여섯 가족과 2명의 고아 소녀로 구성돼 있으며, 8명은 어린이다.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난민’ 지위를 원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관행은 탈북자들을 무조건 강제 송환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는 난민자격을 얻기까지 보호받기 위해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왔다. 우리 중 다수는 북한에 남아있는 친지에게 가해질 박해가 두려워 본명을 감췄고, 사진 비공개를 정중히 요청한다.

우리는 작년에 제각각 압제로부터의 자유와 식량을 얻기 위해 탈북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에 송환됐고, 여러 달 혹독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억류생활을 겪었다. 이후 우리는 다시 중국으로 탈출할 수 있었고, 중국 여러 곳에서부터 외국인들의 도움으로 여기 모이게 됐다.

우리가 다시 중국 당국에 의해 북한으로 강제송환될 경우, 의심의 여지도 없이 우리의 목숨은 커다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탈북 경력과 이번 한국행 요구로 인해 북한이 우리의 자유를 박탈할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응당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믿는다. 이에 따라 우리 개개인의 난민 자격을 요청한다. 또 북한에서 받은 박해에 관한 증언과 우리의 이름을 첨부한다.

우리는 북한 내에서 극도의 절망감과 박해에 대한 공포 속에서 수동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기다리느니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게 됐다. 우리들 중 일부는 중국 당국이 또다시 우리를 북한에 돌려보낼 경우에 대비, 자살을 위한 극약도 소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힘은 당신들에게 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것뿐이다.
베이징 스페인 대사관에서, 2002년 3월 14일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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