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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절망과 처벌의 공포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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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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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25명이 14일 오전 10시가 좀 안된 시각,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의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하기 위해 대사관 인근 도로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 /北京=AP연합

탈북자 25명은 이날 오전 9시45분(한국시각 오전10시45분)쯤 베이징(北京) 중심부 외교가인 싼리툰(三里屯)의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하기에 앞서 대사관 북쪽 도로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탈북자들이 14일 오전 10시쯤 일제히 스페인 대사관 구내로 뛰어 들어가자 중국인 경비원이 이들을 제지하려 하고 있다. /北京=AP연합

이들은 정해진 시각인 오전 10시1분전쯤 25명이 한꺼번에 순식간에 대사관 북문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북문에는 무장경찰 1명만이 경비를 서고 있다가 탈북자들의 갑작스런 진입에 놀라 이들의 옷을 잡아끌며 진입을 저지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탈북자들은 불과 수십초 만에, 북문에서 20~30m 안쪽에 위치한 대사관 건물 안으로 모두 진입했다.


◇탈북자들이 중국인 경비원의 제지를 뚫고 무사히 스페인 대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기쁨을 표하고 있다. /北京=AP연합

이들은 대사관에 진입하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며 성명서 등을 배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진입 직후, 현장에서 일본의 민간단체인 ‘북조선 난민 구원 기금’ 관계자가 대신 영문 성명을 배포했다. 탈북자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지금 엄청난 절망에 빠져 있고 처벌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면서 “수동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기다리기보다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 부근에는 CNN 등 일부 외국기자들이 미리 연락을 받고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이들의 진입을 목격했다. 탈북자들이 대사관 건물 진입에 성공한 직후 중국 공안당국은 수십명의 무장경찰들을 뒤늦게 대사관 안팎에 배치했으며, 기자들을 포함, 외부인의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순식간에 이뤄진 탈북자들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 성공은 치밀한 사전준비의 결과였다. 준비과정에는 국내외 인권단체들, 특히 일본 도쿄(東京)에 본부를 둔 ‘북조선 난민 구원기금’(회장 나카다이라 겐키치·76·변호사)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기금 관계자는 14일 이 사건과 관련, “약 2개월 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안다”며 “더 이상은 탈북자들의 안전과 후속활동을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탈북자들은 작년 6월 장길수군 일가족의 ‘성공사례’를 면밀히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길수군 가족들이 보안이 취약한 아침시간을 택해 유엔난민담당관실(UNHCR)에 기습적으로 진입했고,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자살할 독극물을 지참했다’고 주장한 것과 방법이 비슷하다.

탈북자들의 진입 직후 ‘구원기금’이 국제언론에 배포한 탈북자들의 성명서에는 “북조선 난민구원기금과 국제 인권운동가들이 도움을 줬다”고 명기돼 있어, ‘국제인권운동가’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입과정이 미국의 CNN방송에 의해 단독 촬영됐고, 미국의 AP 등 주요 통신사에 영문 성명서가 신속하게 전달된 사실 등을 통해 볼 때 인권운동을 하는 서양인들도 이번 탈북자들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을 막후에서 도운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는 북한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하다가 2000년 10월 북한에서 추방된 이후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운동을 펴고 있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Vollertsen·43)씨도 포함됐을 거라는 게 한국 내 탈북자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 北京=呂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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