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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증거 인정받으려면 지령 보낸 者 데려오라?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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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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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문서 증거능력 인정안돼 무죄판결에 刑訴法개정 추진]

-왕재산 간첩단 사건 '지령문'
"저장문건, 증거 채택 위해선 작성자 법정 나와 인정해야"

-전교조 교사들 '이적 표현물'
2500여건 이메일·파일 증거 작성자 불문명하다고 기각

-법무부, TF 구성… 본격 연구
"지령문 작성자 찾으라는 건 北에 가서 잡아오라는 얘기"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관련 인물의 컴퓨터·USB에서 '대남(對南) 지령문'을 어렵게 찾아냈다. 북한의 대남전략기구인 225국에서 왕재산 측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파일이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왕재산 핵심 인물들이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고, 북한의 지시를 받고 국내 동향을 탐지·수집하는 등 간첩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령문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컴퓨터에 있던 문건이 증거로 채택되려면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서 "내가 작성했다"고 인정해야 하는데, 북한 대남 공작 부서가 작성한 지령문은 그런 절차를 거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회원들이 서로 주고받은 이적 표현 등 2500여건의 이메일·컴퓨터 파일 등을 증거로 내세웠으나, 법정에 나온 회원들이 "작성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대부분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처럼 컴퓨터 안에 있는 '디지털 문서'의 증거 능력 문제로 간첩·공안 사건에서 무죄 선고가 잇따르자 법무부가 형사소송법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문서로 된 증거의 경우 작성자가 법정에 출석해 "내가 작성한 것이 맞다"고 말해야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며, 작성자의 서명·날인이 있는 일부 '종이문서'의 경우엔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증거가 될 수 있다. 반면 서명·날인이 없는 디지털 파일의 경우엔 검찰이 파일을 출력해 법원에 내면 작성자로 지목된 사람이 법정에 나와 작성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법은 1961년 만들어졌다.

그렇다보니 최근 수년간 일선 검사들은 "현실에 맞게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컴퓨터나 SNS로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 요즘, 피고인이 법정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부인해버리면 증거라고 할 만한 것들이 대부분 효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2013년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내 진보단체 동향을 보고문 형태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던 안재구 전 경북대 수학과 교수 사건에서도 컴퓨터 파일 등 디지털 증거가 논란이 됐다.

특히 간첩 사건에서 등장하는 북한에서 보낸 지령문이나 이메일 같은 각종 전자 통신문은 현행법을 따르면 증거로 인정받을 방법이 없다. 대검의 한 간부는 "북한에서 이메일로 보낸 지령문의 작성자를 찾으라는 것은 북한에 가서 225국 사람을 잡아오거나 정찰총국을 압수수색하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간첩 사건은 수사를 하더라도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법률에 따르면 어쩔 수 없이 증거로 인정하지 못하는 디지털 파일들이 많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5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로그인 기록, 비밀번호 확인 등 기술적 방법으로 디지털 증거를 인정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컴퓨터 압수 장소와 경위, 작성·사용 목격자의 증언 등 간접 자료를 종합해 디지털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에선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지만 않으면 모두 증거로 활용하고, 일본도 '신용할 만한 정황하에 작성된 문건'으로 인정되면 디지털 문서도 증거로 채택한다고 한다.

법무부 TF는 앞으로 법률 개정을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법안 홍보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디지털 증거 문제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던 사례를 수집하고 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법률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실정에 맞는 법이 자리 잡을 수 있게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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