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통일의 시작입니다] [2]

-겨레말큰사전 한용운 편찬실장
탈북자 72%가 언어문제 겪어

 
 
"북한에서는 남편을 '세대주'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그런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준비 없이 통일을 맞았다간 남북 주민 간에 의사소통이 안 돼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남북 합동 국어사전인 '겨레말 큰사전'을 제작 중인 남북공동편찬사업회 한용운(48·사진) 편찬실장은 2일 "큰사전 편찬을 위해 남과 북의 '표준국어 대사전'(1999)과 '조선말대사전'(2006)을 비교해 본 결과 일반 용어는 35%, 전문 용어는 66% 정도 차이가 있었다"며 "남북 언어 이질화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왕의 거처인 '궁전'은 북한에서는 방과 후 학생들이 다니는 교육기관을 가리킨다. 우리의 '오징어'와 '낙지'를 북한은 '낙지'와 '오징어'로 반대로 부른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탈북자 중 72%가 남북 언어 차이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편찬실장은 "국토 통합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의 통합"이라며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언어의 이질화 해소는 통일 전부터 반드시 노력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남과 북의 국어학자들이 모여 겨레말 큰사전을 만들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통일부의 지원을 받아 2005년 남측 11명, 북측 10명의 국어학자가 모여 12년째 편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겨레말 큰사전은 본래 2012년 완성 목표였으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여파로 편찬 작업이 4년 7개월간 중단됐다. 완성 시기는 2019년으로 늦춰졌다.

한 편찬실장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교류가 끊기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통일이 되기 전부터 문법과 어휘 등을 책임 있게 논의할 남북 공동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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