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경제 병진 반대' 반갑지만 양국 '한반도 非핵화' 합의는
전술核 한국 재배치 막는 것… '6者 회담 재개'도 실망 안겨
국방력·韓美동맹 강화하고 한·중 전략대화도 확보해야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과 중국이 지난주 제7차 전략경제대화를 열어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또 2005년 9·19 공동성명에 표명된 '평화적 방법으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 조성에도 합의했다.

이번 미·중 대화에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되는 것은 북한 문제의 주요 당사자인 한국의 기본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북핵 저지 대북 공조 요구를 받아들여 김정은 정권의 핵심 독트린인 '핵·경제 병진 노선' 비판에 동의한 것은 북핵 저지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 중국 측 대표인 양제츠 국무위원은 회담에 앞서 북핵 문제를 이번 대화의 주요 의제로 삼을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에 북핵 저지 공조를 분명히 다짐해주는 대신 남중국 해상에서의 독점적 영유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하지만 미·중의 '한반도 비핵화' 합의는 이미 핵 보유 단계인 북한에는 공염불인 반면 한국에는 자체 핵무장은 물론 미국 전술핵 재배치 방안마저 배제시키는 불균형한 약속이다. 마침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등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들이 핵우산 제공 차원에서 한국에 미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2025 핵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미명하에 또다시 6자회담 재개를 중국이 들고 나와 관철시킨 것도 실망스럽다. 6자회담의 비효율성 논란이 무용론으로 정리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우리 어깨너머로 강대국들이 북한 문제를 논의·결정하는 선례가 굳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의 고래 싸움에 약소국이 희생된 비운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스탈린이 마오쩌둥을 견제하기 위해 이이제이(以夷制夷) 차원에서 6·25전쟁을 일으켰고, 중공군의 기습 개입으로 1·4 후퇴를 감행할 당시 미국이 한국에서의 전면 철수를 고려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정당하게 국제적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강력한 국방력을 건설하면서 한·미 동맹을 글로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중국이 군사굴기(軍事�起)로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한반도뿐 아니라 아·태 지역의 안정 및 대(對)테러 전쟁 등 세계적 범위에서 한·미 공조 체제를 구축해가야 한다. 현재 남사군도 인공섬 건설을 둘러싼 미·중 충돌 와중에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해상 수송로 보호를 위해 미국의 국제법 존중과 '항행(航行) 자유 보장' 원칙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해상 안보와 안전, 항해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그 중요한 근거가 된다. 미 하원이 지난 5월 통과시킨 2016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한·미 동맹의 글로벌화'와 존 케리 국무장관 및 대니엘 러셀 차관보의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 필요성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국력이 성장한 만큼 아·태 지역 방위와 한반도 안정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6·25전쟁 65주년을 맞은 올해도 북한의 이데올로기적 경직성과 대남 적대적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6월 중순에 "대화 못할 것 없다"면서 억류했던 한국민 2명을 송환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보였지만 유엔북한인권사무소 서울 개소(開所)에 발끈해 돌연 '남북 대화 단절'을 선언하며 무력 충돌까지 협박했다. 남북 대화에 허탈감을 갖게 되는 배경이다. 한반도가 미·중 강대국 정치의 종속변수가 되지 않도록 배전의 외교 노력이 절실하다. 한·미 동맹의 글로벌 수준을 강화해 우리 입장이 미·중 대화에 반영되도록 함은 물론 한·중 전략대화로 대중(對中) 지렛대를 확보할 필요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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