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통일의 시작입니다] [1]

국내 국제구호단체들 "어려울수록 더 다가서야"

"주민들 '統一경험' 시켜주면 진짜 통일도 앞당겨질 것
北 우수한 인력·자원 가져… 개도국에 투자하듯 지원을"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기아대책 등 국내의 대표적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저개발 국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의 물꼬는 막혀 있는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2008년 85억원에서 지난해 13억원으로 대북 지원 규모가 6년 만에 약 7분의 1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기아대책은 31억원에서 9억원으로, 월드비전은 19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었다. 이들은 다양한 국가와 환경 속에서 인도적 지원과 개발 협력 사업을 진행하며 주민, 마을, 지역이 변하는 모습을 숱하게 목격했다. 이들은 "어려울수록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 남북관계가 안 풀릴수록 북한 사람들의 마음에 더 적극적으로, 더 가깝게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 경험 남북 함께 맛보자"

"북한 땅에서 북한 주민들과 종일 함께 일하고 밥도 먹고 춤도 추고 잠도 자는 것. 서로에게 공포(恐怖) 대신 공감(共感)을 갖고, 오래 못 만나면 '보고 싶다' 느끼는 것. 그게 통일 아닌가요?" 이일하(68) 굿네이버스 회장은 "나는 이미 통일을 경험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1997년 3월 처음 평양 땅을 밟은 뒤 2009년 말까지 13년 동안 연인원 2000여명과 함께 120여 차례 방북했다.

굿네이버스는 25개 사업장에서 북한 아이들과 주민 22만여명을 도왔다. 특히 평양 강동군 구빈리 협동농장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통일 경험'을 선물한 곳이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1998년 이 마을에 젖소 200여마리와 함께 소가 먹을 풀 종자도 함께 전했다. 직접 짠 우유를 가공할 공장을 세우고 한국 목장의 시스템도 전수했다. 조건은 한 가지. 이익금 절반은 마을 사람들이 갖고, 나머지 절반은 어려운 아이들 먹이는 데 쓰라는 것이었다. 평양에서 가장 낙후됐던 이 마을은 10년 후 소득이 10배로 높아졌다. 사업 모니터링 방북단은 열흘씩 함께 머물며 주민들과 친구가 됐다. 북한 측 관계자는 이 회장을 오랜만에 만나면 "보고 싶었다"고 했고, 주민들은 "우리 마을이 진짜 통일 마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회장은 "개발도상국에 유상 원조하듯, 북한을 우수한 인력과 풍부한 자원을 갖춘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보고 투자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통일 경험'을 하는 북한 주민이 늘어나면 진짜 통일도 절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처음 방북 때 "해병대 출신 베트남전 참전 용사"라고 밝히고 평양 만수대 김일성 주석 동상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북측 관계자들은 '그 용기를 존중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비위를 맞추려 비굴하게 굴지 않고 당당할 때 북한 사람들도 신뢰할 것"이라고 했다.

"오래 지속되는 개발 협력을"

북한 측의 관심은 식량이나 비료 지원보다 장기적·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개발 협력 쪽에 쏠리고 있다. 국내 대북지원단체들도 2000년대 초반 이후 대부분 단순 물자 지원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 개발 협력 쪽으로 방향을 바꿨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사업도 대부분 정지된 상태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우리도 씨감자 사업, 종자 개량 사업 등에 초점을 뒀다. 북측은 농업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고 우리도 북한 주민을 직접 만나 교육하며 교류할 수 있어 모두가 원하는 방향이었다"고 했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북한은 1970년대까지도 남한에 원조 물품을 보낼 정도로 경제 사정이 괜찮았고, 도시계획이나 교육 시스템, 기간산업의 틀도 어느 정도 잡혀 있다.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다른 저개발 국가와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며 "북한의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민들의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물꼬를 터줘야 한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신뢰 회복과 남북 협력 분위기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