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6·25 전쟁을 왜곡한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쟁 65주년을 맞은 시점에 “6·25 전쟁은 북침(北侵)”이라거나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는 ‘6·25 전쟁은 미국이 조작한 재고 무기 털이용이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네티즌은 6·25 전쟁을 두고 “주적 양키(미국)에게 점령당해 반토막질의 민족 비극을 당했다”면서 “양키 놈들의 재고 무기 털이용 6·25”라고 했다. 당시 최대 무기 제조국이던 미국이 자국 경제를 위해 6·25 전쟁을 일으켰다는 취지다.

그는 “6·25를 김일성에게 모두 뒤집어씌우고, 주적 양키 놈은 정의의 사도처럼 행세하니 미개한 국민들이 모두 세뇌됐다”고 했다. “천안함은 0.0001%의 가능성도 없는 사기”라고도 했다. 이 글의 조회수는 2800 건이 넘었고, “역사적 진실” “6·25는 김일성이 미국에 당한 전쟁”이라는 추종 댓글이 30개 넘게 달렸다.

6·25 전쟁 당시의 모습. 1951년 조사에 따르면 6·25 전쟁으로 전국에서 전력 설비 60% 이상이 파괴됐다. /한국전력 제공
6·25 전쟁 당시의 모습. 1951년 조사에 따르면 6·25 전쟁으로 전국에서 전력 설비 60% 이상이 파괴됐다. /한국전력 제공

이 글뿐만이 아니다. 특히 25일 오전부터 6·25 전쟁의 원인을 미국으로 돌리고 북한을 비호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6·25의 역사적 평가는 통일 전쟁”이라면서 “김일성은 통일을 하려 노력한 인물로, 민족 앞날을 생각한 큰 인물임에 틀림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분단 당시 미 정부가 지도 한 장을 꺼내놓고 ‘한반도 38 이북은 공산 진영, 남쪽은 자유 진영’ 하고 선을 그어버렸던 건 아닐까”라는 글도 올렸다. 이런 글에는 “외세의 책임도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 동족에 총을 겨누며 남침을 했다는 본질 자체를 흐리지 말라”는 반박 댓글도 일부 달렸다.

6·25 전쟁을 평가하면서 “북한이 승리한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중요한 건 북침인지 남친인지가 아니라 전쟁으로 누가 더 나은 명분과 실리를 챙겼느냐는 것”이라며 “한·미 연합군이 명백하게 패한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외에 다른 인터넷 토론방에도 6·25 전쟁을 왜곡한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언론사 홈페이지 토론방에서는 6·25 전쟁을 “북한이 남한을 미국으로부터 해방시킨 조국해방전쟁”이라고 표현한 글이 화제가 됐다. 글을 쓴 네티즌은 “김일성은 남한과 전쟁을 한 것이 아니고, 남한 인민을 학살하고 남한 인민들이 결사적으로 싫어하는 괴뢰 정권을 세운 미국과 전쟁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대 이상 성인 남녀 1193명을 대상으로 6·25 전쟁의 성격에 대해 물어본 결과, 20대의 54.3%는 ‘남침’(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20대 절반 가까이(45.7%)가 ‘북침’(남한이 북한을 침공했다)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30대는 59.6%, 40대는 71%, 50대 이상은 82.1%가 ‘남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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