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 단체 관람 "목숨 바친 분들 기억해야"

 
대한민국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은 영화관에서야 한반도가 분단돼 있음을 실감하는 듯했다. 영화관에 오기 전 전쟁기념관에서 벌집이 된 참수리 357정 모형을 봤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 초반 고속정 갑판 위에서 몰래 라면을 끓여 먹던 수병(水兵)들이 정장(艇長)에게 들켜 얼차려를 받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북한 경비정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서 한국 해군 고속정에 대한 기습 공격을 시작하는 장면에선 이들도 기습을 당한 듯 표정이 굳었다. 북한군의 집중 포격을 받아 사지(死地)가 되어버린 고속정 위에서 장병들이 끝까지 함포를 놓지 않고 응사하는 장면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25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25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6·25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CGV에서 주한 외국인유학생연합 회원 30여명이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했다. 미국, 중국, 네덜란드,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에서 한국 대학에 유학 온 학생들이었다.

연세대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미국인 크리스천 니테스쿠(37)씨는 "처음 본 한국 영화가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태극기 휘날리며'였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며 "영화 '연평해전'은 실화를 그대로 옮겨놔서 그런지 마음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바다 위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 국민의 관심이 월드컵 축구 경기에 쏠린 장면에선 흥분하는 학생도 있었다. 한양대 석사과정 중인 알릭스 트랑(프랑스·26)씨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는 건 국민의 의무"라며 "프랑스 학교에선 참전 군인을 초청해 학생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자주 열어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들은 앞서 이날 오전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이들은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 때 실제 북한 함정에 맞섰던 고속정 '참수리 357정' 모형을 둘러봤다. 중국인 유학생 리위(22)씨는 "불과 몇 시간 전 수십 발의 포격 자국이 남아 있는 고속정을 봤을 때도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이 간다"며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교훈은 국적에 관계없이 통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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