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승 예비역 육군대장·前 성우회장
고명승 예비역 육군대장·前 성우회장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영역은 일시적 퇴보나 파손에도 재건·복구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시대 한 나라의 안보 후퇴나 파괴는 그 나라 운명과 후손을 지구 상에서 영원히 재기 불능토록 소멸시킨다. 최근 국제 정세와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 방향을 보면 과거 미국이 대한민국을 방어선에서 제외한 애치슨 라인 전략이 재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다.

미국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 우방들의 참여를 권유했을 때 아베 일본 정권은 전폭적인 지지로 즉각 참여했다. 하지만 정부는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중국 눈치를 보았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이 발의됐을 때 아베 정부는 냉소와 침묵, 유보로 일관했지만 한국은 지지와 참여를 표방했다.

지금 아시아에선 중국의 팽창 전략으로 미·중 대립이 표면화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20여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핵탄두 소형화, 1000여발의 탄도미사일과 200여기의 이동식 발사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 등 비대칭 전력 확장에 광분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 외교 안보 정책 방향은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체제를 견고히 구축하고, 북한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첨단 감시 요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방어에 필요한 고고도 요격미사일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마저 주저해 중국의 터무니없는 안보 주권 침해 상황까지 불러왔다.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안보 정책마저 타국 간섭을 불러올 정도의 전략적 모호성과 '요청도 협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는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로 일관한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사드 배치는 즉각 추진해야 한다. 일본과 관계를 논함에 있어 역사 문제도 중요하지만 과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래를 위해 총론과 각론을 구분해 보다 발전적이고 거시적 안목으로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군 병력 감축 추진도 문제다. 북한은 비대칭 전력뿐 아니라 최근 1개 군단을 증편하고 1만여명의 병력을 증강하는 등 120만 거대 재래식 전력을 보유한 군사 대국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군 감축을 위한 국방 개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이 잘못된 계획을 왜 폐기하지 않고 끌고 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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