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25명을 데려가기 위해 외교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가 이달초 연례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꼬집은데다 지난해 6월 장길수군 가족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 사무소 진입 사건 이후 8개월만에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 북한으로서는 체면이 크게 훼손되게 됐다.

더구나 이들 탈북자가 '우리는 지금 엄청난 절망에 빠져 있고 처벌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고 밝히는 등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한 상황이어서 북한당국은 이 문제를 최단시일 안에 해결하기 위해 외교역량을 집중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북한은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이들이 송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중국 정부에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보이며 필요할 경우 현재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중인 북한 외무성의 김영일 부상(차관)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왜냐하면 길수군 가족 사건때 중국 정부가 `북ㆍ중 간에는 난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외교문제를 고려해 제3국으로 추방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당국은 이들의 송환을 중국과 스페인측에 요구하는 동시에 스페인이 이 문제에 깊숙하게 개입할 경우 `내정간섭'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다.

길수군 가족이 UNHCR 베이징사무소에 진입했을 때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들을 난민이 아닌 `불법 월경자'로 규정한 후 탈북자 문제는 UNHCR가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강력히 항의했었다.

또 탈북자 25명이 `한국행을 원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남한 정부 역시 북송을 막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남한 정부에 대해서도 외교채널이나 언론을 통해 불만을 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탈북자 25명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 사건이 이미 국제사회에 알려진 만큼 북한은 취약한 인권문제가 국제문제화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종의 경고성 발언만을 내놓고 한발짝 뒤로 물러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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