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사무소 대표
조정훈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사무소 대표
중앙아시아 중부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에 근무하면서 근래 자주 접하는 이슈가 '일대일로(一帶一路)'이다. 이는 중국의 주도 아래 육상 실크로드 경제 지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3대륙을 도로와 바닷길로 묶고 인근 일대를 종합적으로 개발하려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60국 30억명이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는 가히 전 세계적 개발 사업이다.

전 세계 국가는 이 프로젝트가 자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손익 계산을 하면서 중국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런 급박한 변화에 우리 한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국은 존재감이 없어 보이고 극동의 끝자락으로 밀린 듯한 느낌을 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앙아시아의 두 맹주 국가라 할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한국에 매우 호의적이고, 무역과 투자 부문에 대한 태도가 남다르기 때문에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우리에게는 기회이자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를 각국 대사, 기업가가 방문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아시아~유럽의 교통망 사업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그 옛날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상업과 문화가 융성했듯이,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가며 만들고 있는 신실크로드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우리가 '일대일로' 지도에 등장해야 할 이유는 많다. 첫째는 북한의 개방을 유인할 기회라는 점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어 광저우와 베이징은 육상 실크로드의 종점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곳에서 북한과 한국으로 연결하는 루트를 추가한다면 이는 앞으로 수십 년간 우리의 경제·정치·외교적 위상 높이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도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어 점진적 개방에 솔깃할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지리적 이점을 한껏 활용해 일본의 육상 실크로드 진입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면 해상 실크로드에 동북아 루트를 연결하는 데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갈 아시아와 세계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발 빠른 변신을 지켜보면서 우리 기성세대의 역할과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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