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이날 탈북자들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 사건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다가, 오후 늦게 이들의 신분에 대해 ‘난민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측은 현재 관련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만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의 또 다른 관리도 “아직 입장이 정리된 것이 없다”며, 작년 장길수군 일가족 망명 사건을 떠올린 듯 “또 발생했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오후 3시30분(한국시각 오후 4시30분)이 넘어 ‘난민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익명의 한 중국 외교부 관리는 “탈북자들의 정치적 난민 지위를 인정할 경우 앞으로 탈북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올 수 있다”며 “문제 해결은 다른 쪽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잇따른 망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난민 인정 문제에는 기존의 ‘불가’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다. 중국은 이번에도 탈북자들의 지위는 ‘불법 월경자(越境者)’에 불과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물밑으로 스페인 대사관 및 북한 대사관, 한국 대사관 등과 긴밀히 연락하며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이 발표한 세계각국 인권보고서에서 열악한 중국 인권상황을 지적한 데 대해 중국도 반박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라 특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이번에도 탈북자들의 한국행 망명을 묵인할 경우에는 앞으로 같은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례에 따라 관련 당사국들과 물밑 접촉으로 통해 이번 사건을 잡음 없이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작년 6월 장길수군 일가족 7명이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담당관실(UNHCR) 사무소로 진입해 난민 지위 인정과 한국행을 요구했던 사건 직후 외국 공관의 경비와 탈북자들의 단속을 대폭 강화한 것처럼 이번에도 ‘탈북자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비슷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北京=呂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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