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시 제대로 집행 안 되자
조급함이 보도에서 엿보여
 

 
북한 매체들이 최근 문화예술계와 산림청 간부들의 무능을 공개 비판하는 등 정부 비판 기사를 잇따라 보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통제·관리를 받는 북한 매체는 그동안 국내 문제나 정부 관련 사안에 대해선 비판보다 긍정적 내용을 주로 보도해 왔다. 그러나 김여정이 당 선전선동부의 핵심 실세로 부상한 이후 정부 비판 기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9일 김정은이 평양에 위치한 대동강자라공장을 시찰하면서 한심한 공장 상황에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간부들의 무능과 굳어진 사고방식” “무책임한 일본새” 등의 표현도 여과없이 내보냈다.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사설에서 “김정은 원수님의 영도 아래 모든 전선에서 비약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만 문화예술계만 침체돼 있다. 주저앉아 우는 소리, 조건타발만 하는 사람은 우리 대오에 설자리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 31일에는 함경남·북도 지역에서 발생했던 대형 산불 사태와 관련해 “함경남도 요덕군·허천군, 함흥시 회상구역 등지에서 산불 방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산불이 발생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간부들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지시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데 대한 조급함이 북 매체 보도에서 엿보인다”며 “북한 내부의 치부를 100% 숨기기보다 일부 공개함으로서 간부들과 주민들을 각성·분발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