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버라드 前 북한 주재 영국 대사
존 에버라드 前 북한 주재 영국 대사
지금 북한은 흥미로운 국면을 통과하고 있다. 경제가 다소나마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무기 구입에 투자하고 있는 거대한 비용 때문에 북한 경제는 주민들의 요구치와 정부가 주민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수준 사이의 격차가 여전히 큰 상태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는 희박한 실정이고,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북한은 중국으로 광물을 수출하기도 힘들어졌으며 이로 인해 전반적인 교역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가 그들이 주장하는 만큼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 증거로 김정은 산하 인민무력부장 5명이 실각한 것을 꼽는다.

이게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걸 의미하는 신호일까? 매우 단순하게 답변하자면 우리는 정답을 알 수 없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새로운 재정 수입원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북한'이라는 폐쇄적인 권력의 고리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만 한다.

그런 한편 평범한 북한 주민들은 줄곧 통일을 갈망하고 있다. 내가 북한 주재 영국 대사로 재직하던 시절 알고 지냈던 북한 주민들은 '통일'은 남한 주민 수준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통일이 되면 풍족하게 먹을 쌀과 멋진 아파트를 갖고, 지루한 정치 행사에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내가 북한 주민들에게 많은 남한 사람들, 특히 남한의 젊은이들이 통일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통일이 되는 것을 꺼린다고 말해 주었을 때 나의 북한 친구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남한 주민들의 그러한 관점을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같은 나라들의 통일 사례를 보면 일단 세워놓은 '통일을 위한 계획'은 통일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밀어닥친 뒤 각종 복잡한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계획만 갖고 있어서는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교훈이다. 대개의 경우 분단돼 있던 국가들은 뜻하지 않았던 외부 사태에 기인해서 통일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한 사태는 너무도 급작스럽고, 한꺼번에 물밀듯 밀려와서 정치인들은 정작 통일이라는 사태에 맞닥뜨리면 그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곤 한다. 내가 만났던 한국의 한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는 언젠가 통일이 되겠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에 급작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아마도 그의 말이 맞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반도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동북아 지역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라는 행사를 조직하고, 그러한 행사에 나를 초대해준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콘퍼런스는 한반도의 복잡한 상황을 더 광범위하게 다룰 수 있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가자들이 매우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아우르고 있었고, 그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가 앞으로도 이처럼 훌륭한 행사를 계속 개최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