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北民 3만명 시대] [7·끝] 정착 성공한 사람들
탈북자들 취업 성공기
 

 
IBK기업은행 삼송테크노지점에서 근무하는 조현성(34) 과장은 탈북자다. 함북 청진 출신으로 2000년 한국에 들어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07년 공채로 이 은행에 입사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조씨는 성실함과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인재"라며 "조씨처럼 취업으로 성공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도록 우리 사회가 더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처음 입사했을 때는 북한 말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말을 듣고 놀란 고객이 창구에서 그냥 발길을 돌리는 일도 있었다. 남한 출신 동료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조씨는 말투를 고치기 위해 출근길에 혼자 열심히 교정 연습을 했다. 퇴근 후에는 웅변 학원에 다녔다. 그는 취업난을 뚫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은행원이 됐다는 점에서 탈북 청년들 사이에서 화제다. 그는 후배 탈북 청년들에게 "토익 점수 50점 올리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는 탈북자 후배들에게 "기업들이 탈북자를 뽑을 때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일할 능력이 되느냐보다 과연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느냐"라며 "탈북자들이 먼저 동료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인 조현성(맨앞 앉은 이) IBK기업은행 과장이 경기 고양시 삼송테크노지점에서 직장 동료와 함께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조씨는 2007년 공채로 이 은행에 입사해 성실함과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성형주 기자
탈북자 출신인 조현성(맨앞 앉은 이) IBK기업은행 과장이 경기 고양시 삼송테크노지점에서 직장 동료와 함께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조씨는 2007년 공채로 이 은행에 입사해 성실함과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성형주 기자

통일부의 탈북자 정착 교육 기관인 하나원에서 6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김경산(44)씨는 1999년 하나원 1기 졸업생이다. 2005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안전부 소속 이북 5도청에서 도지사 비서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새로 임명된 도지사가 탈북자 출신을 비서로 쓸 수 없다며 그를 해고했다. 김씨는 "억울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나원 취업에 도전해 합격했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남한식 마인드를 갖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탈북자 후배들에게 '회사에 들어가면 한 명 이상의 친구를 만들어서 수시로 대화하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성공한 탈북자들이 말하는 또 다른 취업 비결은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자격증을 취득하라는 것이다. 장수길(45)씨는 원전(原電)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파워텍코리아에서 공무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04년 한국에 들어온 장씨는 건설 회사에 들어갔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퇴사했다. 장씨는 이후 전기 기술을 배워 전기기사 1급 자격증을 취득,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다른 동료와 똑같은 경쟁을 거쳐 과장, 차장을 거쳐 부장으로 승진했다.

경기도 양주시설공단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탈북자 박금철(가명)씨는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지 3년 만에 당당히 정규직이 됐다. 박씨는 회사까지 매일 2시간 반 정도 대중교통 편을 타고 출근했지만,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사무실을 청소했다. 회사 측은 박씨의 처지가 안쓰러워 회사 주변에 집을 얻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의지가 나약해질 수 있다"며 거절했다. 그는 "면접장에서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성실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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