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김영삼·YS) 전 대통령이 황장엽(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의 면회를 신청했으나 당국에 의해 거절당한 후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귀순한 사람을 (정부가) 연금 상태에 둔다면 누가 다시 내려오겠느냐”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나라당 박종웅(박종웅) 의원이 3일 전했다.

박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김 전 대통령이 7월 12일과 8월 1일, 임동원(임동원) 국정원장을 통해 황 비서 면담을 신청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현 정권이 남북 문제를 독점, 전직 대통령의 식견과 경험까지 무시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황씨가 만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면담을 주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씨는 이날 본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이 면담을 신청했다는 것을 오늘(3일)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자신이 면담을 원하지 않았다는 국정원 측 주장을 부인했다.

박 의원은 또 일본의 시사주간지 ‘사피오(SAPIO)’에 남북정상회담 이후 탈북자들의 고통이 보도돼 있다고 소개하며 현 정권의 대북 정책을 맹공했다.

‘사피오’ 최근호(8월 9일자)는 ‘햇볕정책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들은 탈북자들이며, 이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활동을 제한당한 채 미디어와의 접촉도 봉쇄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한국에서 봉인된 문제 논문’이라며 황씨의 논문 한 편을 소개했다. 이 논문에서 황씨는 “인물 평가는 지금까지의 업적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김정일(김정일) 위원장은 독재자로서는 탁월하지만 인민을 위한 정치가로서는 적격 이하로, 수백만명이 굶어죽은 참혹한 현실은 어떤 미사여구로도 덮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또 “김정일이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포용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덕한기자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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