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견제하고 北 통제하며 통일하려면 美 도움 절실한데
美는 한국 동맹 역할 불신해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 요청
미국 기대에 적극 부응하면서 中엔 의연한 외교로 대처해야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최근 한국 외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갑자기 적대국처럼 변해가는 일본의 모습도 당혹스럽지만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은 버려두고 우리 사드만 문제 삼아 '중국의 공격 목표' 운운하는 것은 존중보다는 모욕과 경멸에 가깝고, 워싱턴에서 흘러나오는 미국의 내심에는 그런 중국에 전전긍긍하는 한국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하니 그럴 만도 하다. 이러다가 자칫 북방정책 이래 서울로 기울었던 한반도의 전략 균형마저 뒤집힐까 겁난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과 도발 역량은 급속히 커져가는데 김정은 체제는 그것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만큼 이성적이지도 않고, 잔혹하기만 할뿐 더없이 불안정하다. '북한 핵 폐기'와 '한반도 자유통일' 등 우리가 한·미 동맹에 기대하는 동맹적 소요가 더없이 무겁고 소중한 상황인 것이다.

물론 정부 당국자들은 항상 그래왔듯이 지금도 "한·미 동맹이 역대 최상"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2012년 말 미 국가정보위원회(NIC)의 '글로벌 트렌드 2030'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들 것이고 그것이 미래 동북아 정세의 변수"라고 내다보았다. 다음해 "베팅 잘하라"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말은 경고로 봐야 할 것이다. 아예 "이제 유사시 한국이 동맹의 사명을 다해 줄 것으로 믿는 미국인은 많지 않다"는 미 정보 관계자도 있다. 더욱이 미국은 지금 외교·경제·군사적으로 매우 어려운 때다. 그것은 예컨대 북한 급변 사태 같은 유사시 원만한 자유통일로 이어지려면 미국이 상당한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적극 나서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더 이상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바로 이런 때 박근혜 대통령이 14일부터 18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아베 일본 총리의 방미 성과 따위를 곁눈질할 필요는 없지만 웃고 있을 여유도 없다. 북한 핵 폐기와 한반도 자유통일을 내다보는 대(大)전략 차원에서 한·미가 함께 총체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한·미 동맹을 더욱 튼튼하게 구축하고, 나아가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재점검해서 한반도 전략 균형의 틀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선은 한·미 동맹의 신뢰와 우의를 돈독히 하면서도 주변국들의 존중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러자면 매사 한 걸음 앞서 나가 시대적 어젠다를 선점하고 주도해 나가되 가급적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AIIB나 사드 같은 사안으로 불필요한 의구심을 남길 일은 아니다. 다만 중국은 지금도 북핵 폐기에는 빛바랜 6자회담이나 찾고, 한국이 중국의 '안전공간'이라는 해괴한 주장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한·미 동맹을 더욱 튼튼히 하는 것이 우선이자 기본이고, 중국에는 그 위에 의연한 외교로 국가적 이성에 국익으로 설득하는 것이 미·중을 함께 아우르는 정도(正道)이다.

동맹 관계란 본래 상호지원 관계다. 한·미 동맹을 튼튼하게 하려면 우리도 미국에 합당한 동맹적 기여를 해야 한다. 때마침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느닷없이 한국을 방문해서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갔다. 미국의 기대를 알 만하다. 다행히 한국에는 미국의 글로벌 거버넌스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이 있고, 지금은 그런 기여가 전략적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지구촌 시대다. 부담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원래 기대가 크면 주는 것도 넉넉해야 하는 법이다. 바로 그런 것이 국가 전략이다.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의 기저(基底)다. 당장 북한 핵과 도발에 대한 핵심적 억제력이요, 장차 원만한 한반도 자유통일을 뒷받침해줄 강력하고 효율적인 장치다. 박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신뢰와 우의는 여전히 높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나라의 미래를 여는 박 대통령의 전략적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