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 사장 인터뷰]

"한반도 횡단 경로까지 北과 합의한 적 있어… 통일前에 철도가 달릴 것
유라시아 철도와 연결땐 러·中·유럽까지도 이익"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 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철도공사 제공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 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철도공사 제공
"남북 철도를 연결하는 것에 대해 북한의 철도상(鐵道相) 이상 권력 핵심층도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러시아철도공사의 블라디미르 야쿠닌(Vladimir Yakunin) 사장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해 북한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야쿠닌 사장은 "한반도를 횡단하는 경로까지 북한과 합의한 바 있다"며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유럽까지도 경제적 이익을 함께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간 철도 연결이 언제쯤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꼭 집어 시기를 말할 순 없지만 남북 간에 '정치적인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철도가 먼저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통일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철도가 먼저 개통될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철도공사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 등을 운영하는 국영 회사로 직원 수가 120만명(한국 코레일은 2만7000명)에 이른다. 야쿠닌 사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유라시아 국가들의 철도 모임인 OSJD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는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 간 철도를 복원해 석탄을 수송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최근엔 북한 내 철도 복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함께 OSJD 서울 사장단 회의의 공동 의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 27일 유라시아 국가의 철도 회사 대표들과 함께 남북 철도 연결을 지지하는 '서울선언문'을 발표했다.

야쿠닌 사장은 "남북 간 철도 연결은 곧 유라시아 대륙과 한반도의 완전한 통합을 의미한다"며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을 통한 컨테이너 운송량이 연간 100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코레일이 OSJD 제휴 회원으로 가입했고 올해 정회원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2~5일 몽골에서 열리는 OSJD 장관회의에서 정회원 가입 여부가 판가름난다. 만장일치로 가입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북한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다.

야쿠닌 사장은 "북한이 (한국 정회원 가입) 안건의 상정 자체를 반대했던 게 사실이지만, 한국 정부의 정회원 가입은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서울 사장단 회의에 북한이 불참한 것은 심각한 신호가 아니다"며 "남북 간 (일시적) 정치 상황 때문이지 북·러 간 긴밀한 협력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오는 8월 경원선 남측 구간 복원에 나서기로 한 것에 대해 "비무장지대(DMZ)를 가로지르는 경원선도 한반도 종단 철도의 일부가 될 것이며,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협의할 때 한국 측의 경원선 복원 계획을 꼭 전달하겠다"며 "분명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야쿠닌 사장은 또 "(남북 철도라는) 돈 벌 수 있는 복권이 있는데 왜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 복권을 사지도 않느냐"고 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포함한 남북 철도 사업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 달라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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