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28일 "본국의 군(軍) 연구소가 최근 실수로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오산 미군기지 합동위협인식연구소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군 측은 "며칠 전 제독(除毒) 훈련용으로 표본을 받아 보관하고 있던 중 27일 본국으로부터 살아 있는 균임을 통보받고 모두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탄저균은 대표적인 생물 무기로 공기 등을 통해 감염된 사람은 사망률이 50~90%에 이른다. 이 균은 땅에 들어가면 10년 넘게 살 정도로 생명력도 강하다. 이 때문에 테러가 목적이 아니라면 반드시 죽거나 비(非)활성화한 상태에서 샘플을 운반해야 한다. 미군은 이런 기초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탄저균을 비롯해 대남(對南) 공격용 생화학 무기를 5000t이나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이 유사시에 대비해 탄저균을 이용한 훈련을 하는 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그런 생물 무기 물질의 국내 반입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점이다. 미군 측은 그동안 '죽은 균을 훈련용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알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우리 정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이번처럼 살아 있는 생물 무기용 균을 보내고 받는 '실수'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미군이 연구하고 훈련하는 생물 무기가 탄저균 하나뿐이라고 볼 수도 없다. 만약 누출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피해는 직접 우리 국민과 영토에 미칠 수 있다.

정부와 미군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군이 들여오는 모든 생물 무기용 물질의 사전·사후 관리와 통제를 위한 협력 매뉴얼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미 '화학·생물 무기용 물질 제조·수출입 규제법'에 따라 엄격한 감시와 처벌을 받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차원에서 국내법에 상응하는 수준의 통제를 미군에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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