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 25명이 14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 난민 지위 부여와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했다.

여섯 가족 22명과 별도의 개인 3명 등 모두 25명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오전 10시(한국시각 오전 11시)쯤 베이징 둥즈먼와이(東直門外) 대로의 싼리툰(三里屯) 대사관 구역에 위치한 스페인 대사관으로 접근, 앞에 있던 중국인 경비원을 밀치고 대사관 정문을 통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탈북자 25명이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주재 스페인 대사관 정문을 통해 일제히 구내로 뛰어 들어가고 있다. 정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중국인 경찰이 이들을 저지하려 했으나 전원 안전하게 대사관으로 진입했다. /北京=AP연합
이들 중 한 명은 진입 과정에서 중국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탈북자 25명 스페인대사관 진입            '우리는 절망과 처벌의 공포속에 있다'탈북자들 왜 스페인 대사관 선택했나'스페인대사관 진입 탈북자' 명단중국정부 탈북자 처리… 북송은 안할 듯망명 도운 日 '북조선난민구원기금'스페인 대사관, 탈북자 진입 후 통제남북한 대사관 반응독일인 의사 폴러첸씨 관련된듯탈북자들 어떻게 처리 될까탈북 25명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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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진입 직후, 현장에서 일본의 민간단체인 ‘북조선 난민 구원 기금’ 관계자가 배포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금 엄청난 절망에 빠져 있고 처벌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면서 “수동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기다리기보다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우리들 중 일부는 중국 당국이 우리를 다시 북한으로 되돌려 보낼 경우 자살하기 위해 독약을 소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난민 지위가 주어질 때까지 보호를 위해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왔다”며 이번 진입이 ‘한국행’을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은 현재 유럽연합(EU)의 순회 의장국이다.

스페인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들이 “난민 지위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에 대해 “난민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사건의 향후 처리 방향에 관해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대하겠다”고 말해 이들의 난민 지위는 인정하지 않은 채 제3국 추방 형식으로 사실상 한국행을 허용할 가능성을 비쳤다. 중국은 작년 6월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담당관(UNHCR) 사무소에 진입한 탈북자 장길수군 가족 7명이 난민 지위 인정과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구했을 때도 ‘난민’ 지위는 인정하지 않은 채 나흘 만에 이들을 필리핀으로 추방, 이들이 필리핀을 거쳐 서울로 올 수 있도록 했었다.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25명은 성명서에서 이름과 나이·성별·고향·직업 등 인적사항을 밝혔으나, 그 중 많은 이름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처벌이 두려워 가명으로 기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5명 중에서 20세 미만은 16세짜리 여자 고아 2명을 포함, 11명이다.

성명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작년에 식량과 자유를 찾아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 수개월간 구금돼 혹독한 시련을 겪었으나, 다시 탈북에 성공해 중국 각지에 숨어 지내다가 외국인들의 도움으로 이번에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가게 됐다.


◇14일 주중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이 발표한 영문 성명서. (클릭하시면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은 스페인 대사관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최대한 빨리 이들과 접촉하기를 바란다고 스페인 대사관측에 전했다.
사건 발생 30분 후 군복 차림의 중국 보안요원 30~40명이 스페인 대사관 주위에 집결, 일반인들의 대사관 접근을 막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북한 대사관 주변에도 경비가 강화, 평소 1명이던 인민무장경찰이 5명으로 증원됐다.
/ 北京=呂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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