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관련 3개 세션]

- 김정은 개방 나설까
"체제유지 위해 일부 문 열 것" "中 경제지원… 가능성 낮아"

- DMZ 평화공원 조성
"생태 관광지로 충분한 가치" "北정권의 침략루트 될 수도"

 
"비무장지대(DMZ)에 '평화공원'이 생긴다면 자비를 들여 관광 갈 분 있습니까?"

19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의 통일 관련 세션에서 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 존 에버라드가 객석을 향해 돌발 질문을 던졌다. 20·30대가 절반인 청중 중 3분의 2가 손을 들었다. 에버라드 전 대사가 미소를 띠며 "이것 보세요. 당장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힘들더라도 한국은 꾸준히 추진해갈 충분한 이유가 여기 있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 세션에선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남북 협력 모델인 'DMZ 평화공원'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창 논쟁을 벌이던 중이었다. 마쓰모토 료조 일본 도카이대 관광대학장이 "DMZ는 아시아 호랑이 등 천연자원을 살린 생태 관광지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하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마식령 스키장 등과 연계되지 않고 단독으론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미 기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도 "북 정권의 침략 루트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19일 오후 통일 관련 세션 중 하나인 ‘두만강 개발과 국제 지원’에서 한국과 주변 4강(强) 전문가들이 대북 투자 제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치 이쓰시 일본 지역활성학회 부회장, 왕 웨이나 중국 광역두만강개발계획 사무국장,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미 기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회를 맡은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센터장, 짐 로저스 미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진승호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 협력관. /전기병 기자
19일 오후 통일 관련 세션 중 하나인 ‘두만강 개발과 국제 지원’에서 한국과 주변 4강(强) 전문가들이 대북 투자 제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치 이쓰시 일본 지역활성학회 부회장, 왕 웨이나 중국 광역두만강개발계획 사무국장,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미 기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회를 맡은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센터장, 짐 로저스 미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진승호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 협력관. /전기병 기자

이 세션에 이어 북한 경제 상황과 개혁·개방 가능성, 두만강 개발 사업 구상 등에 관한 2개의 세션이 이어졌다. 한국과 중국·러시아·미국·일본·영국 전문가들은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고 북 주민의 소득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최근 3~4년간 최악의 경제난은 벗어났지만, 배급제라는 '공식 경제' 대신 장마당 등 '비공식 경제'의 비중이 커졌다"며 "중국 무역 의존도가 심화된 데다 집권층 부패가 깊어지는 등 왜곡이 심하다"고 평가했다. 또 "김정은 자신도 지금 경제 상태로는 독재 체제조차 장기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며 "북이 본격적인 외화벌이에 나서는 등 일부 개방을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정지융 중국 푸단대 한국센터 주임도 "현재 시장화가 평양부터 시골까지 퍼져 있다"며 '변화'에 비중을 뒀다.

반면 리톈궈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현재 심각한 기근이 없는 데다 중국도 당분간 북한 경제를 떠받쳐줄 것이기 때문에 개방의 유인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에버슈타트 수석 연구위원은 "김정은에게 개방은 독(毒)이지만, 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을 먹여 살리겠다'는 약속은 어떻게든 지키려고 온갖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결단의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한국연구센터장은 "김정은과 집권층이 베트남 공산당처럼 체제 손질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시간 낭비 말고, 한반도 통일의 주도권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고 했다.

'광역 두만강 개발(GTI)'과 관련, 대북 투자 위험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됐다. GTI는 1995년 두만강 하구 개발을 위해 한국·북한·중국·러시아·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 개발 협력체로 출범했다. 그러나 북한이 2009년 탈퇴한 이후 사업 진척이 별로 없는 상태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외국의 대북 투자는 북한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북한이 경제를 최우선순위로 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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