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 4월 30일쯤 반역죄로 공개 처형됐다고 국가정보원이 13일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현영철은 지난달 24~25일 열린 군 일꾼대회에서 조는 모습이 적발됐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대꾸를 하거나 이행하지 않았으며,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일 등이 불경(不敬)·불충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현은 체포된 지 사흘 만에 평양 강건군관학교에서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처형됐다고 한다. 또 김정은의 공개 행사 때마다 밀착 수행해 온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등 핵심 측근들도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무력부장은 우리로 치면 국방장관이다. 한 나라의 국방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잠시 졸았고, 권력자에게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되는 것은 북한 말고는 세계 어디에서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현을 처형하는 데 사용된 고사총은 14.5㎜ 기관총 4개를 묶은 대공 화기다. 현의 몸은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김정은은 2013년 12월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도 이 방식으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이 건성건성 박수를 친 것까지 반역죄의 이유로 꼽았다. 장을 체포해 처형하는 데 나흘, 현영철의 경우엔 사흘 걸렸다. 현의 처형엔 재판을 비롯한 최소한의 형식적 절차조차 없었다고 한다.

김정은이 집권 3년 5개월 동안 총살한 노동당과 정부, 군 간부가 벌써 7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국정원은 공개 처형 방식에 대해 "처형 대상자의 동료, 부하는 물론 그 가족까지 참관시킨다"며 "화염 방사기로 시신의 흔적을 없애기도 한다"고 전했다. 참관인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되며 사형 집행 후에는 소감문을 써서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야만성과 잔인함은 이 지경에 이르렀다.

김정은이 이런 광기(狂氣) 가득한 살인극을 벌이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권력이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포정치로 누구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김이 시도 때도 없이 군 장성들의 별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지금 북한 내부는 공포의 도가니일 것이다. 잘못된 정책들이 아무런 견제나 수정 없이 마구 굴러가다가 눈사태 같은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아무리 겁에 질려 있다고 해도 자신과 가족의 생명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처지를 영원히 견딜 수는 없다. 이미 북한 간부들 사이에선 '김정은에 대한 회의론'이 내밀하게 번지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주변의 핵심 간부들이 가장 절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늘 "북은 내일 붕괴한다"고 말한다. 김정은의 광기를 보며 북이 내일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그 말뜻이 새삼 와 닿는다. 김의 동태를 샅샅이 파악하는 것과 함께 북 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조짐도 놓치지 않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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