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메사이드 연립주택 건설현장에서 쉬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도하(카타르)=채승우 기자
카타르 도하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메사이드 연립주택 건설현장에서 쉬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도하(카타르)=채승우 기자

카타르 건설회사가 북한 건설노동자 90명을 무더기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타르의 유명 건설회사 CDC(Construction Development Company)가 최근 북한 건설노동자 192명 중 90명을 4일(이하 현지시각) 해고했다고 대북전문매체 미국의소리(VOA)가 CDC와 카타르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의 회의록을 인용 6일 보도했다. 해고 이유는 ‘노동규정 무시’였다.

이 회의록는 지난 2일과 3일 회의 뒤 작성됐으며, 북한 감독관들이 노동자들에게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하고 안전 절차를 무시하는 등 노동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건설 노동자 1명이 최근 숨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노동자들의 복지를 책임져야 될 감독관들이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시키고 있다”며 “북한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식량이 기준 미달이고, 공사 현장에서 보건과 안전 절차가 계속 지켜지지 않고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머지 북한 노동자들도 부정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보건·안전 규정을 어기고, 현장을 이탈할 경우 협상없이 즉각 해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지 물품인 술을 제조하거나 마시고, 교통 관련 법규를 위반하거나 현장 자재를 훔칠 경우에도 즉각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회사는 북한 노동자 전원을 해고하려 했지만, 북한대사관 측의 요청과 그간 북한 노동자의 노고를 감안해 90명만 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카타르에는 3000여 명의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 대외건설지도국 산하 수도건설·건명건설·남강건설·젠코(Genco) 소속으로, 특히 남강건설 소속 노동자들은 전원 군인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카타르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2003년. 수도건설과 남강건설이 처음 진출했고, 이어 2010년 젠코가 합류했다. 한 노동자는 “명목상 월급은 750 달러(약 82만원)지만 당에 갖다 바쳐야하는 충성자금·잡비 등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00 달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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