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통 음식 문화 연구원장 이애란
북한 전통 음식 문화 연구원장 이애란
최근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개처형 장면이 인공위성에 포착되고 지난 1년 동안 북한의 고위층 간부 15명이 처형되었다고 한다. 김정일이 사망하자 세계 언론과 국내의 북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3대 세습자로 나선 김정은이 선대 수령들인 김일성이나 김정일보다는 개혁개방정책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왜냐하면 개혁개방정책을 펴기에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너무도 안 좋았고 현실적으로 북한에 남아 있는 것이란 아무런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없는 괴물 덩어리에 불과한데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시체보관 궁전과 수만개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만이 즐비할 뿐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오랫동안 굶주려온 북한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밥과 안정된 생활이지만 최근 유엔은 북한인구의 70%에 해당하는 1800만명이 식량과 식수, 생필품과 의약품을 전혀 공급받지 못해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고 발표했다.

사회주의 배급제시기에는 국가가 식량을 배급해주고 국가에 잘못 보이면 먹고 살 수가 없었는데 현재의 북한은 시장에서 각자 노력해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국가에 잘 보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국가는 주민들에게 계속 돈을 요구하고 물자를 요구하며 부담만 지우는 부담 덩어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탈북하여 남한에서 돈을 받는 성분 불량의 탈북자 가족이 오히려 국가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애국자로 추앙받기도 하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어린이가 테스트를 받고 있는 모습./유니세프 제공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어린이가 테스트를 받고 있는 모습./유니세프 제공

북한의 어떤 고위간부나 일반주민들도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살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절대로 개혁개방을 할 수 없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반도의 남쪽에 있는 대한민국이 너무 잘사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정권을 세습하고 나서 지속적으로 핵개발에만 몰두하고 남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자체의 힘으로는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고사하고 김정은 주변의 충성세력조차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남한을 협박하여 자신들의 정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이라도 빨아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김정일은 실제적인 1인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심화조’를 만들고 각종 감시체계와 처벌제도를 만들어 수만명을 숙청하고 공개처형했다.
심지어 김정일은 1995년 9월 “이제는 공화국에서 총소리를 울릴 때가 되었습니다.”라는 친필지시까지 하달했고 각도에서 시범으로 20명이상씩 공개처형을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내가 살던 혜산시에서도 십여명이 공개처형 당했는데 그 중에는 대학기숙사에서 생활하던 혜산의학대학 학생이 두부 30모를 훔쳐 먹었다는 것이 죄가 되어 공개 처형을 당했다. 주민들에게 쌀을 줄 수 없었던 김정일은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하는 주민들에게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형태의 검열조직을 만들어 파견하여 뒷조사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 공포체제를 강화하는 전략을 썼다.
 

북한 주민들이 공개재판장에 끌려가는 모습./조선일보DB
북한 주민들이 공개재판장에 끌려가는 모습./조선일보DB

배급제시대에는 정치범수용소와 혁명화 구역으로 온 가족을 강제추방하고 산간오지에서 탄광이나 광산, 임산 등 중노동에 종사하며 죽기보다 어려운 생활을 강요하여 교육 효과를 높였지만 국가가 배급을 주지 못하고 시장이 가족생계유지의 중요수단으로 등장하자 가족 추방이나 출당 파면같은 처벌은 그다지 위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배급제 시절에는 여행이나 거주이전에 대한 통제가 철저하게 진행되었지만 배급제가 무너지자 북한을 지탱하던 여행 통제, 거주이전에 대한 통제가 무의미해졌고 중국이나 한국으로의 탈북으로 오히려 추방 보내는 것이 탈북을 방조하는 역효과까지 내다보니 북한정권이 사용해왔던 주민들에 대한 통제수단이 무력해졌기 때문에 김정은이 어떤 정책을 펼치든, 어떤 위대한 연설을 하든 상관없이 김일성시대나 김정일 시대에 보여주었던 충성심을 김정은 시대에는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을 따라 하고 각종 쇼맨십을 펼쳐보았지만, 북한주민들이 김일성이나 김정일에게 향했던 충성심의 10분의 1도 보여주지 않자 김정은은 간부들의 한마디 의견에도 무조건 총살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에서도 발표한 바와 같이 김정은은 고위간부들이 자신과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것을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본보기 차원으로 공개처형을 감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1월 임업성 부상이 산림녹화 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이유로 처형됐고, 2월에는 대동강변에 건설 중인 과학기술 전당의 설계 문제로 다른 의견을 냈던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됐다고 한다.

김정은은 2012년 북한의 최고위층에 해당하던 17명에 대한 처형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약 50여명의 고위간부를 처형하였으며 지난달에는 은하수 관현악단 총감독을 비롯한 관계자 4명도 간첩혐의로 총살했다. 지금 북한은 총살 천국이 되어 고위간부들은 언제 자신의 목이 날아날지 몰라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김일성이 사망한 후 김정일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 3년간 2만여명을 공개처형했고 김정은의 북한은 아마도 200만 명 이상을 공개처형해도 배급제 시절에 환영받던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상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살육이 판을 치는 아비규환의 지옥에서 북한주민들은 마약에 의지해 현실도피의 삶을 택하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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