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韓 러시아 대사 기자 간담회]

"내달 러시아 전승절에 김정은이 참석할 듯… 푸틴과 양자회담 가능성"
"사드,한반도 배치 반대"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가 23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러 관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티모닌 대사는 이 자리에서“러시아는 개성공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가 23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러 관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티모닌 대사는 이 자리에서“러시아는 개성공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23일 "러시아는 개성공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참여와 관련한 많은 프로젝트가 지금 논의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러시아의 고려인 출신 기업인들이 제안한 식품 생산 관련 프로젝트"라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 정부 관리가 공개 석상에서 개성공단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개성공단엔 현재 124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모두 한국 기업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는 개성공단 국제화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개성공단이 북한의 일방적인 위협·협박에 영향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해외 기업들의 입주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의 개성공단 참여를 위해선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시작된 5·24 대북 제재 조치가 일정 부분 풀려야 한다. 정부가 러시아의 개성공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5·24 조치를 완화할지는 아직 명확지 않다.

한편 티모닌 대사는 다음 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할지에 대해 "김정은 비서의 행사 참석은 외교적인 통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아마도 (러시아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러시아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에 따르면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최고 지도자의 모스크바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며 "김정은 제1비서의 본 행사 참석 외에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불참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일정 때문에 5월 9일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해왔고, 우리는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 결정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티모닌 대사는 미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선 "사드는 미국의 글로벌 MD(미사일 방어)의 일환"이라며 "러시아 접경 지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사드 배치는 아주 복잡한 군사·정치적 문제이므로 그런 결정을 할 때는 역내 정세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러 경제 협력과 관련, "북한을 통해 러시아와 한국 간에 이른바 '에너지 가교'를 만드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러시아 극동에서 북한을 통해 한국으로 가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활성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경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나 한국의 5·24 대북 제재와 상충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는 민간 차원에서의 통상 관계를 금지하진 않는다"며 "미국이나 한국이 양자 차원에서 가하는 대북 제재는 북·러 간의 통상·경제 협력에 방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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