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이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이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습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종(55)이 23일 법정에서 “단 하루 저 때문에 훈련(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중단돼 많은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다는 부분을 참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군사훈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건이 발생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는지 아직 궁금하다”며 “제 자랑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보람차다고 했다가 검사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직도 자신의 범행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하루 중단된 것이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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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동아)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 나온 김은 꽤 밝은 표정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파란색 수의를 입고 등장했지만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재판장이 “다리가 많이 불편합니까”라고 묻자, “못 걷습니다”라고 대답할 때를 제외하곤 연방 미소를 띠고 있었다. 변호인이 “김씨가 글라이스틴 전 대사를 만나서는 국회서는 단소 강연도 해줬던 분인데”라고 변론할 때는, 웃으면서 “단소가 아니라 대금”이라고 정정해주기도 했다.

이날 변호인은 김이 리퍼트 대사를 살인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천안함이라던가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평화협정 문제에 관심을 돌렸고, 군사 훈련 문제 등이 일어날 때마다 긴장이 고조되니 이런 부분에 관심을 돌렸던 것”이라며 “최근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훈련에 대해 현장에서 충동적이고 즉흥적 분노에 의해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피고인이 일종의 문화운동을 기획했기 때문에 행사장에서 여러 번 소동을 피운 바 있다”며 “그러한 소동이 피고인의 표현으로는 ‘퍼포먼스’이런 것인데,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북한과의 연계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민족주의자로서 미국에 대한 반감을 가졌던 것이지 북한과 연계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외국사절을 폭행했다는 혐의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는 인정했다.

김은 지난 3월 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목 등을 향해 수차례 흉기를 휘두르고 강연을 방해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김이 범행 사흘 전 인터넷에서 '마크 리퍼트, 마크 리퍼트 부임, 오바마 키' 등을 검색하고 미국 대사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등 사전에 정보를 수집한 데다 준비한 과도로 얼굴과 목 부위를 집중적으로 4회 이상 휘두른 점을 고려해 상해죄가 아닌 살인미수죄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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