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붕우 상명대 특임교수·前 육군정훈공보실장
이붕우 상명대 특임교수·前 육군정훈공보실장
대한민국 군대는 국민의 군대다. 헌법에 따라 국방 의무를 수행하는 국민의 아들과 딸로 구성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국민은 "군에 간 내 자식이 제대로 먹고 자는지,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지, 적과 싸우면 이길 수 있는지" 죄다 궁금하다.

군도 국민이 군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잘 알고, 국민에게 알릴 것을 제때 소상히 알려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뒷북일 때가 종종 있다. 군대 울타리를 벗어난 일, 사적인 영역에서 은밀히 일어난 일, 쉬쉬하고 싶은 일이 뒷북의 전형이 된다.

그중 가장 경계할 것이 조직의 자기보호 본능이다. 언론은 때론 오보, 과장 보도로 군을 힘들게 하지만, 경험으로 볼 때 언론이 옳은 적이 더 많다.

2012년 8월 합참 공보 책임자로 근무할 때다. 북한군이 백령도 북쪽 해상에 해안포를 발사해 그중 일부가 NLL을 넘어 우리 해상에 떨어졌다. 모 언론 매체 기자가 일부 포탄이 NLL 이남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부대 관계자가 당시 필자에게 전화해 NLL 이북으로 수정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책임자의 요구였기에 바로 기자에게 전화해 수정을 요청했다. 다음 날,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가 "북한 해안포 도발, 일부 포탄 NLL 이남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필자는 일부 포탄이 NLL 이남 해상에 떨어진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기사 수정을 요청했던 합참 관계자를 대동하고 기자실로 가서 번복 브리핑을 했다. 그렇게라도 정정 발표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해프닝이 일어난 것은 조직의 자기 보호 본능 때문이 아닌가 한다.

군은 투명한 군대, 국민과 소통하는 군대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제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조직의 자기 보호 본능 때문이다. 그걸 경계해야 한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 중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은 제때 제대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지지를 촉구해야 한다.

이는 군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다. 군대가 국민의 아들과 딸로 구성되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군대이기 때문이다.

국민도 질책만 하지 말고 군을 바라봤으면 한다. 고개 숙인 군대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없다.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진 강한 군대, 그 자양분은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다. 우리 아들딸들이 살고 있는 국민의 군대는 지금 국민의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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