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 화해' 外交 전환한 美쿠바·이란과 타협 이뤄가지만
협상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北韓에는 대화 노력 안 기울여…
北美관계, 신뢰성 없는 평양이 '소통할 준비 돼 있느냐'에 달려

 

캐서린 문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SK·한국국제교류재단 석좌
캐서린 문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SK·한국국제교류재단 석좌
2014년 말 이후 많은 한국 관찰자는 미국이 쿠바·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면 이런 분위기가 북한까지 흘러들어갈지 궁금해했다. 쿠바를 향해 펼쳐졌던 50년이 넘는 적대감이나 경제제재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지난 주말 파나마시티에서 만났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쿠바 정부·국민과 좀 더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 뭔가 새로운 것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이제 미래를 향한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미국 정부는 북한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역사를 바꾸려는 비슷한 정치적 열정을 갖지 못하는 걸까? 평양의 핵무기 프로그램, 경제·정치 체제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의 목표가 다르고 이 때문에 양측 입장이 경화됐기 때문이다. 또 워싱턴은 1990년대 이후 평양과 많은 외교적 대화를 했지만 여러 차례 협상이 깨졌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기로 했던 2012년 2·29 합의가 위성 발사로 금방 무너지자 워싱턴DC에서는 '북한 피로증'이 등장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쿠바와 좀 더 일관되고 집중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 이란과 쿠바는 북한처럼 좌충우돌하거나 이율배반적이지 않다.

2014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공식적인 화해'로 재정립했다. 이번 주 그는 쿠바의 카스트로와 처음 우호적으로 만났다. 오바마는 국교 정상화와 경제 교류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쿠바에 지운 테러지원국 오명을 벗겨주려고 한다. 이란과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P5+1]이 하나가 돼 길고도 강력한 협상 끝에 지난 4월 2일 무기 수준의 핵활동을 금지하는 틀을 만들어냈다. 언론은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이어지고 확산되도록 만들었던 양측 협상가들의 상호 존중과 높은 수준의 프로 정신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대의 협상력을 존중하고 외교적 절차를 따르려는 의지, 타협이 협상에 필수 부분이라고 인정하는 자세야말로 성공적인 외교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외교술은 복잡한 댄스와 같다는 점을 북한은 이해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스텝을 몇 번 잘못 밟아도 파트너가 상호 소통하고 연결돼 있으면 어느 정도 용납된다. 하지만 평양은 이런 협상을 제로섬 게임으로만 여기는 듯하다. 서로 적대국이라고 여기는 나라들 사이에도 건설적 관계를 맺는 데는 신뢰성이 필요한데 평양에는 이게 부족하다. 북한은 자신이 한 말을 지켜야 한다는 명예를 중시하지 않는 나라로 비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중국·일본·호주·동남아·아프리카·유럽인까지도 생각이 같다. 북한과 사업을 하거나 외교를 하고 싶어하는 나라가 있지만 북한은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 정부가 외부 기관의 상당히 공격적인 핵프로그램 모니터링에 동의하는 대신 국민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용기 있는 행동을 취했다는 점이다.

지금 상태라면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외교적 대화를 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쿠바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란과 협상을 계속하고, 미 의회를 상대하는 걸로도 여력이 없다.

미국은 이미 중동, 동유럽, 그리고 계속되는 세계 곳곳의 테러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이란과 쿠바는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면서 남길 수 있는 업적으로 가장 순위가 앞서 있다. 현 시점에서 미·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 개시 여부는 워싱턴보다는 평양의 손에 달려 있다. 만약 북한이 본질적인 협상에 정말 관심을 갖는다면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했던 것처럼 북한에 대해서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의 자존심과 이미지, 정치적 동기 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종 협상안을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핵심적이고 실질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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