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核)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이란과 국제사회의 1년 7개월에 걸친 협상이 2일 타결됐다. 주요 6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과 이란은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10년간 제한하는 대신 유엔 안보리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조치를 오는 6월 말 이후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에 합의했다.

이란은 북한과 더불어 핵·미사일 등 대량 살상 무기 개발 의혹으로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동시에 받아온 대표적인 나라다. 유엔은 2006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대(對)이란 제재 결의(決議)를 채택했다. 그러자 이란은 북한과 핵·미사일 개발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에 맞서 왔다. 미국은 2012년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이란과 다른 나라들의 금융거래까지 틀어막는 독자적인 경제제재를 발동했다. 이런 이란이 12년여 만에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합의했다. 이제 북한만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섬으로 남게 됐다.

이란의 변화는 2013년 8월 온건 개혁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민생 우선'과 '개혁·개방'을 내걸었다. 로하니는 취임 직후인 그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았고, 이때 "이란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1979년 이란에서 친미(親美) 정권이 쫓겨난 뒤 34년 만에 미·이란 정상 간 통화가 이뤄졌다. 이어 그다음 달인 2013년 10월부터 주요 6개국과 이란 간의 7자 핵 회담이 시작됐다.

당시 이란 국민은 귀국하는 로하니 대통령을 향해 '고마워요, 로하니'를 연호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핵을 선택한 대가를 대신 치르면서 혹독한 경제난에 시달려온 이란 국민이 로하니 대통령의 비핵화 노선을 가장 반기고 지지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핵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국민은 "겨울이 끝났다" "고마워요, 로하니" 등을 외치며 환호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북한은 이런 이란과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왔다. 미·북은 이미 21년 전인 1994년 북핵 동결을 대가로 대북 지원을 하는 '제네바 합의'를 내놨다. 2000년대에는 북핵을 다루기 위한 남·북한과 미·중·일·러시아 간의 6자회담이 열렸고, 여기서도 '북핵 동결, 대북 지원'에 관한 굵직한 합의가 몇 차례 나왔다. 그러나 북은 경제 지원만 받고 뒤로는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해 왔고, 그나마 이 6자회담마저 6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북은 이제 아예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일성-정일-정은으로 이어져 온 3대 세습 왕조가 지배하는 북한에서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 같은 인물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이 자발적으로 핵 포기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미는 이제 북핵 문제에 관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사실상 북핵 문제에서 손을 놓고 있어서도 안 되며 과거의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낡은 발상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제 북핵은 '북한 문제'라는 좀 더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중은 이란 핵 타결 이후 북핵 문제에 관한 전략적·포괄적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은 중동 지역 정세 변화는 물론 국제 유가(油價) 등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비도 소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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