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의료인간 원격협진과 지방 환자 원격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원격의료 명칭은 ‘먼거리 의료봉사’다./유투브 동영상 캡처
북한이 의료인간 원격협진과 지방 환자 원격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원격의료 명칭은 ‘먼거리 의료봉사’다./유투브 동영상 캡처
“북한도 하는 원격의료를 우리나라는 왜 못하는 것입니까? 외딴 섬에 사는 주민이 병원에 가려면 하루에 한두번 오는 배를 타고 힘들게 육지로 나가야 합니다.”

의료정보기업인 비트컴퓨터 조현정 회장은 지난 10년간 300여곳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의료취약지 주민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해왔다.

그는 병원에 가기 힘든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병원 방문을 포기해 혈압과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환자의 평소 건강을 관리해주는 사업이다. 외부 의료진이 전송된 건강정보를 확인하고 상담해주는 역할을 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들은 컴퓨터 화면에 비친 의사의 ‘괜찮다’는 한 마디만 들어도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회장은 기간이 한정된 시범사업이 끝날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다. 멀리 병원에 가지 않아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던 환자들이 떠올랐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제도화 추진에 어려움이 따랐다.

원격의료는 북한에서도 2009년 ‘먼거리 의료봉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평양의대병원, 김만유병원, 군 인민병원 등 큰 병원과 작은 병원의 의료인간 협진부터 시작했다. 2012년 이후 취약지역 주민의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발전했다.

조 회장은 “의료취약 지역 주민이나 평소 건강관리가 어려운 이들이 원격의료의 이점을 알게 되면 만족도가 높다”며 “북한도 하고 있는 원격의료는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에서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활성화 가능할까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곳, 600명에 이어 올해 140곳, 4000여명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한다. 농어촌 주민과 군인, 원양선박 선원, 만성질환자, 해외 환자 등이 대상이다. 의료정보 기업들도 시범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비트컴퓨터의 원격의료 부스. 평소 건강관리가 어려운 환자들이 혈압, 혈당 등을 확인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비트컴퓨터의 원격의료 부스. 평소 건강관리가 어려운 환자들이 혈압, 혈당 등을 확인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비트컴퓨터는 군인, 재소자 등 스마트폰을 소지하기 어려운 이들의 원격의료를 위해 공중전화 부스와 유사한 형태의 원격의료 부스를 만들었다. 부스 안에는 혈압계, 혈액검사기, 체온계 등의 장비가 놓여져있다.

군인 등은 부스에 들러 기본적인 검사를 해볼 수 있다. 감기 증상이 있다면 외부 병원에 있는 의료진을 연결해 건강 상담을 받거나 필요한 약을 상담받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의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는 만성질환자의 평소 건강관리 서비스에 나선다. 환자는 본인의 건강 상태를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평소 먹는 음식과 운동량까지 상담받을 수 있다.

이철희 헬스커넥트 전 대표는 “원격의료는 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며 “건강한 사람이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받으면 질병 예방과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해외 환자를 위한 원격의료 서비스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소프트넷은 2012년부터 복지부와 아랍에미리트(UAE) 해외환자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운영해왔다.

이상수 소프트넷 대표는 “UAE 아부다비 보건청에서 한국에서 치료를 받기 원하는 환자 정보를 전송하면 예상 치료 과정과 비용을 상담해준다”며 “지난해 2000명 이상 상담을 의뢰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안전성과 보안을 우려해 원격의료를 반대한다. 하지만 의료정보 기업들은 환자들이 원하면 반대도 서서히 줄어들고, 제도화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정보업계 관계자는 “환자들이 원격의료를 원하고, 원격의료에 참여하는 의료진이 진료비를 받으면 반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격의료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