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던 700t급 소해함(掃海艦) 3척에 통영함에 달렸던 것과 같은 기종의 부실 음파탐지기가 장착될 예정이었던 사실이 방위사업청 감사에서 드러났다. 소해함은 기뢰(機雷) 제거 함정이다. 구조함인 통영함은 어군(魚群) 탐지용으로나 쓸 수 있는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가 서류 조작으로 41억원에 납품됐다. 탐지한 기뢰를 걷어내는 소해 장비도 해군이 정확한 성능 시험 없이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해함 3척 도입에는 4800억원이 투입됐다.

2010년 3월 폭침(爆沈)된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을 탐지해내지 못한 것은 주파수 대역이 한정된 구식(舊式) 음파탐지기를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겪은 해군과 방위사업청 장교들이 업체로부터 체크카드를 받거나 수억원대 뒷돈을 챙겨가면서 엉터리 음파탐지기를 납품받아 함정에 장착시킨 것이다.

해군은 지금 지리멸렬 상태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STX로부터 7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문서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 해군 최고위 지휘관이 연이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면, 해군에서 벌어지는 일을 돈에 눈이 먼 일부 장교들의 개인 탈선(脫線)으로 보기 힘들다. 조직 최상층부터 말단까지 '해먹을 수 있으면 해먹고 본다'는 부패 풍조가 스며들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해군 운용 무기가 얼마나 부실한지는 그동안 한두 번 봐온 것이 아니다. 작년 10월 북한 경비정이 NLL 남쪽으로 침입해 일어난 교전(交戰) 상황 때 해군 고속함은 포탄이 불발탄이 되면서 포신을 막아버리는 바람에 몇 발 쏴보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나야 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2007~2009년 도입한 1800t급 디젤잠수함 세 척은 연료전지가 무려 195차례 고장을 일으켰다고 한다.

척당 1조원 가까이 드는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은 어뢰 기만탄 24발 가운데 18발이 바닷물 부식으로 작동 불능 상태였다. 해군 주력함 4000t급 광개토대왕함은 구형 486컴퓨터의 셧다운을 막으려고 매일 리셋(reset)하고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해군이 갖고 있는 첨단 장비 중에 유사시 제 성능을 발휘해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수 있는 장비가 얼마나 있는지, 있기는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해군을 누가 살려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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