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유' 강원철·박영철氏, 前 대통령들 소개 강좌 마련

"탈북자의 정치 성향은 남한에 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집단이 누구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남한 사회의 변화 과정을 모르니 누군가의 주장에 무비판적으로 휩쓸리곤 하죠."(강원철)

탈북 청년 연합 '위드유(With-U)'의 강원철(33·고려대 대학원생) 기획팀장과 박영철(33·우양재단 과장) 사무국장이 생각하는 탈북 청년들의 시급한 과제는 현대사 교육이다. 역사 공부가 1945년에서 멈춘 탓에 한국의 경제성장, 민주화, 지역 갈등 등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이들은 오는 7월 탈북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승만·박정희·김대중·노무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연쇄 강의를 연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승만,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이 박정희, 유재건 CGN TV 대표이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설명할 인물은 섭외 중이다. 전직 대통령 전문 연구자 혹은 바로 곁에서 보아온 인물을 통해 생생하게 배우자는 취지다.

탈북 청소년들에게 남한 현대사를 알려주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강연을 마련한 ‘위드유’의 강원철(오른쪽)·박영철씨. /이태경 기자
탈북 청소년들에게 남한 현대사를 알려주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강연을 마련한 ‘위드유’의 강원철(오른쪽)·박영철씨. /이태경 기자

두 사람은 모두 14년 전 한국에 왔다. 현대사라곤 '김일성 혁명사'밖에 몰랐다. 그 무렵 탈북 청년 중엔 지도교수나 남한 친구의 권유로 별 생각 없이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가입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희가 탈북해 한국에서 대학 다닌 첫 세대입니다. 정착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후배들은 겪지 않도록 도와야지요."(박영철)

30대 초중반 탈북자가 중심인 '위드유'의 목표는 자조(自助)다. 더 이상 도움이 필요없는 시민으로 성장해 통일 후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현재 50여명인 회원들은 지난 7일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가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오는 21일엔 탈북자 단체로는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도 방문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분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입니다. 강의는 그분들의 공로에 중심을 두려 합니다. 딱딱한 역사 강의가 아니라 그들의 도전과 결단과 고뇌에 대한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남한 학생들도 많이 와주세요."(박영철)

'꽃제비' 출신 'FC미래 축구단', 전국 동호회·실업팀과 경기

"날래 붙으라!" "공 넘기라우!"

지난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이 한창이다. 머리를 물들이거나 파마를 해 멋을 낸 20~30대 청년들이 운동장을 내달렸다. 경기가 달아오르자 여기저기서 "뭐 하고 있네?" "차라우!" 등 북한 사투리가 터져 나왔다. 선수들 유니폼에는 'FC미래 축구단'이라는 팀 이름이 선명하다. 축구로 하나 된 꽃제비 출신 탈북 청년들이다.

‘꽃제비’ 출신으로 구성된 ‘FC미래 축구단’. 탈북자 스포츠 연합인 ‘통일미래연대’의 축구 동호회가 확대 재편됐다. /장련성 객원기자
‘꽃제비’ 출신으로 구성된 ‘FC미래 축구단’. 탈북자 스포츠 연합인 ‘통일미래연대’의 축구 동호회가 확대 재편됐다. /장련성 객원기자

FC미래 축구단은 한국자유총연맹 주관으로 창설된 팀이다. 연맹 측은 "청년들은 함께 운동하고 씻고 밥 먹다 보면 금세 친해진다"며 "탈북 청년들이 한국 젊은이들과 자연스레 가까워질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목표는 '승리'가 아닌 '우정'이기에 축구 전문가를 초빙하진 않았다. 코치진과 선수 전원이 탈북자다. 김상철(31) 감독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용접공이고, 최진철(25) 코치는 대학생이지만 체육 전공은 아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일하는 박명남(29)씨, 대학생 조명복(24)씨 등 선수들도 평범한 새터민이다.

유니폼은 흰색 상의에 푸른색 하의다. 백의민족(白衣民族)이 하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축구단의 모체는 탈북자 스포츠 연합인 '통일미래연대' 축구 동호회였다. 꽃제비 출신 30여명의 외로움을 달래주려고 최현준 통일미래연대 대표가 2011년 만들었다. 최 대표는 "탈북 대학생들은 정부 장학금을 받으려면 매 학기 평점 3.0을 넘겨야 한다"며 "가족도 없이 공부에 매달리느라 친구도 사귀지 못하니 공이라도 차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매주 두 팀으로 나눠 경기하다가 간혹 아마추어 축구팀과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최 대표가 자유총연맹 이북5도지부 평안남도지부장을 맡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자유총연맹이 통일미래연대 축구 동호회 운영에 참여했다. 연맹 소속 탈북자 20여명이 팀에 합류하면서 FC미래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전국의 축구 동호회·실업팀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시합할 예정이다. 연맹 측은 "학교나 기업 축구팀과의 친선경기도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과 많이 경기하면서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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