利敵문건에 직접 접근 가능

미국 대사 테러범 김기종의 사무실과 집에서는 북한 원전 6점을 포함해 최소 19점의 이적성 서적과 유인물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김정일이 쓴 '영화예술론' 등 단행본 형태의 북한 서적은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아 구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김은 경찰에서 "집회에 나가 구했거나 청계천 등지에서 구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경찰은 김이 제3의 인물을 통해 받았거나 중국 등지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고 입수 경위를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김일성·김정일의 저작을 포함한 북한 원전 상당수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인터넷에 노출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정 웹 브라우저에 앱 하나를 설치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북한 사이트 접속 차단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마우스를 15회 정도만 누르면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구국전선'에 접속할 수 있고, 단행본 형태는 아니지만 한글워드(hwp) 형태로 그 전문(全文)을 내려받을 수 있다.

김기종의 집에서 발견된 185쪽 분량의 '영화예술론'뿐만 아니라 '경애하는 김일성 주석님의 주요노작집' '향도의 태양 김정일 장군' '주체정치경제학' '주체문학론' 등 온갖 북한 출간물 전문을 통째로 받을 수 있다. 북한의 대표적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같은 방식으로 접속이 가능하다.

북한 원자료가 아닌 이적물들은 아예 우회조차 필요없이 그냥 구글 검색만으로도 찾을 수 있었다. 김이 갖고 있던 '동학과 주체사상의 만남'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는 침략적 한미동맹' 등이 그런 경우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현 수준의 인터넷 보안이라면 초·중학생만 돼도 쉽게 뚫고 들어가 북한이 뿌린 자료를 접할 수 있기에 장차 제2, 제3의 김기종이 양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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