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호칭이 노태우정부 때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박종희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일 한국정치학회 주최 '정치학연구방법론: 현황과 쟁점'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1946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의 신년사 69년치를 자동화된 텍스트 분석 기법을 활용해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남한에 대해 가장 우호적 호칭을 사용했던 것은 노태우 정부 시절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0년간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에 나타난 북한의 대남 호칭은 33개였고 이들 호칭은 대부분 괴뢰통치배, 군사깡패, 군사파쇼독재, 남조선호전광, 괴뢰도당 등 부정적인 단어였다.

다만 남북관계가 호전됐을 때는 남조선당국이나 집권세력, 남조선 보수당국 등 비교적 중립적 호칭이 활용됐다. '당국' 등 비교적 우호적 호칭이 쓰인 시기는 1961년 4·19혁명으로 등장한 민주당 정권 시절과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인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 해소 후 김영삼 정부 시절 등이었다.

박 교수는 특히 노태우정부 시기와 관련,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북한은 한국정부를 다시 당국으로 호칭했다"며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대남협력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던 북한은 당시 노태우정부를 긍정적으로 부를 수밖에 없었다. 호칭의 어감으로만 보면 역대 행정부 가운데 노태우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가장 우호적으로 불렸다"고 설명했다.

2012년부터는 대남 호칭이 부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해 북한당국은 이명박정부를 '보수집권세력'으로, 박근혜정부를 '호전광'으로 표현했다.

박 교수는 "신년사에 등장하는 단어들의 문서(개별 신년사)간 상관성은 북한의 변화와 매우 높은 연관성을 보여줬다"며 "한국전쟁의 발발, 김일성시기, 푸에블로호 사건, 핵개발문제의 등장과 핵사찰 갈등, 김정일시기, 김정은시기에 북한 내외부의 정세변화가 신년사에 나타난 단어들의 변화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년사에서 미제, 남조선, 핵과 관련된 단어가 사용된 빈도와 그 의미를 추적한 결과 이 3가지 핵심어가 사용되는 빈도와 방향은 북한의 대남·대미·핵무기 관련 정책기조의 변화와 매우 밀접한 상관성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신년사에 대한 올바른 독해를 위해서는 북한의 노선을 보여주는 다양한 문서 속에 신년사를 위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유형을 추적함으로써 미래 북한정부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유용한 작업"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